▲가쿠니만쥬중국식 찐빵 안에 들어간 돼지고기가 별미이다.
노시경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맛을 보았던 둥포러우는 기름기가 철철 넘쳐서 느끼해 보이지만, 일단 맛을 보면 계속 젓가락이 가게 되는 달콤함이 있다. 가쿠니만쥬를 한 입 베어 물자 돼지기름의 느끼함이 잠시 전해진 후 돼지고기의 절묘한 맛이 입속에 퍼진다. 둥포러우의 달콤함이 담백한 찐빵과 입 속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나는 웬만한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전통 있고 건강한 중국식 버거를 먹으며 차이나타운의 거리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차이나타운의 거리에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나가사키 짬뽕(長崎 ちゃんぽん)을 파는 중화요리 집을 찾기 위함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나가사키의 차이나타운을 찾는 주된 이유는 바로 나가사키 짬뽕을 맛보기 위함이다. 누구나 다 아는 나가사키 짬뽕이지만, 그 원조의 맛을 보기 위해 이 차이나타운에 여행자들이 몰리는 것이다.
나가사키 짬뽕은 나가사키의 차이나타운에 모여 살던 화교들이 일본에서 공부하던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양 많고 저렴하게 만든 음식이다. 17세기에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에도막부(江戶幕府)는 외국과의 교역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예외적으로 중국, 네덜란드와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교역을 허용했다.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에 참여한 중국인들은 나가사키의 당인옥부(唐人屋敷) 거주지에 살다가 중국 선박 전용창고를 세우기 위해 바다를 메워 만든 신치에 옮겨 살면서 새로운 중국인 동네를 만들었다. 일본이 모든 나라에 문호를 개방한 이후 이곳 신치는 유명한 차이나타운이 되었다.
그런데 차이나타운에 수많은 중화요릿집들이 있어서 난감하다. 다들 맛있다고 소문난 집들이기에 어느 집 짬뽕이 맛있는지, 어느 짬뽕을 주문해야 할지 헷갈린다. 여러 블로그에서 맛있다고 강조한 맛집만 해도 북문 바로 앞의 쿄우카엔(京華園)과 가이라쿠엔(會樂園), 면발이 얇은 쇼슈우린(蘇州林), 가격이 저렴한 오주루(王鶴), 맛이 깔끔한 에이세이로(永盛樓) 등으로 너무 많다. 나는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듯한 식당으로 갔다. 나는 역사를 담은 짬뽕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코잔로(江山樓)로 향했다.
나가사키 짬봉의 원조를 맛보기 위해 코잔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