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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나는 집안일을 대충 정리하고 컴퓨터를 켭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육군훈련소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아들에게 인터넷 편지를 씁니다. 지난 22일부터 아침마다 아들에게 편지를 쓰게 된 것이 29일, 오늘로 8일째가 됩니다. 이렇듯 편지라도 쓰게 된 것이 그나마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됩니다.
아들 군대 보낸 지 16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지난 1월 14일 월요일, 1992년생 아들은 논산훈련소에 입소를 하였습니다. 오후 2시에 입소식을 시작되는 동안 연병장에는 1000여명의 예비 훈련병들이 있었지만, 저의 눈에는 오직 제 아들만이 보였습니다.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 '충성'하고 경례를 하는 모습,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진짜 사나이'를 부르는 모습, 그리고 입소식이 끝나고 줄을 지어 군악대를 따라 연병장을 돌아 나갈 때, 아들이 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모습까지도. 그때 저는 아들에게 저의 얼굴을 보여 주려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쯤은 아랑곳하지않고 저의 손을 번쩍 흔들며 "아들! 건강해라!" 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연병장을 빠져 나간 예비 훈련병들이 연병장 뒷편 작은 운동장에 줄을 지어 설 때, 저를 비롯한 많은 부모님들은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건강해라" 하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그만 돌아가십시요. 부모님들 얼굴이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하는 어느 교관의 말을 듣고서야 저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침 일찍, 경남 창원에서 아들과 함께 타고 간 관광버스를 타려면 약속된 시간까지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훈련소 오는 길은 아들과 나란히 앉아 왔건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제 저 혼자였습니다. 아들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아들이 건네 준 아들의 휴대폰에서 조금전까지 아들이 들었던 음악을 듣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 주변 사람들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 놓고 마음 아파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할 때마다, 저는 '괜찮다'고, 대학교 다니는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많이 떨어져 있어서 괜찮다고 애써 태연하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유난히 추워진 날씨와 며칠 전 내린 폭설이 채 녹지도 않은 논산 훈련소의 풍경은 집으로 돌아오는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집 근처 골목 입구 버스정류장, 마을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면서 저는 비로소 시아버님이 생각났습니다. 며칠전, 손주를 군대에 보내게 되어 마음이 서운하다고 하셨던 아버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님, 저예요. 승완이 훈련소에 보내고 이제 집에 다 와 가요~."
"그래, 아는 잘 보냈나? 날래 왔네~."
"아버님께서도 승완이 군대 보내니까 마음이 서운하다고 하셨죠? 저도 마음이 서운하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솟구칩니다.
"그래, 내가 그러는데 네 마음은 오직 하겠느냐. 내 마음 서운한 것이 네 마음 서운한 것에 비교할라더냐! 그래도 어쩌겠느냐. 건강한 아들이면 다 군대에 가야 하지 않더냐. 또 갔다와야만 하는 것이고. 그러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아라~."
"네 아버님, 건강하게 잘 있다가 올거예요. 아버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냐~."
하루 인터넷 편지만 1400여통...모두가 소중한 아들입니다
그렇게 아들이 훈련소에 입소한지 9일째 되는 날인 22일, 저의 휴대폰으로 아들이 배치된 연대와 중대, 그리소 소대와 훈련번호가 중대장 이름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이제야 훈련소 홈페이지 게시판에 아들에게 보내는 인터넷 편지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시도 마음을 편하게 내려 놓지 못했던 저는 한달음에 달려가 아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10일째 되는 날 오후, 훈련소에 입고 갔던 아들의 옷들이 박스에 넣어져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박스 속에는 아들의 속옷이며 양말 그리고 운동화와 옷가지들이 가지런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께'로 시작되는 아들의 편지도 들어 있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한 지 4일째인, 1월 17일에 쓴 아들의 편지는 평소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고, 아침 늦게 일어났던 습관으로 3일 동안은 쉽게 잠들지 못해 잠이 부족했다는 이야기와 이제는 잠에 드는 시간이 점점 빨라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군대에는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고, 아들이 동기들보다 더 잘 아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려고 노력한다고 하면서, 공자가 '아는 것이 많은 이가 아는 것을 잘난 체만 하고 모르는 이를 돕지 않는다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나라와 가족,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 군입대를 성실히 복무하겠다고 한 아들은 편지를 마무리하고 나서도 세번에 걸쳐 P.S를 적어 넣었습니다.
P.S : 사랑합니다!
또 P.S : 1월 17일 밤에는 잘 잤습니다. 혹여 걱정하실 까봐 1월 18일 8:06 PM 에 적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다시 P.S : 잠은 잘 잡니다! (제 시간에) 그리고 방한도구는 군내에서 따로 싸게 구입했습니다.(목토시.귀마개)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택배 안의 편지 전달해 주세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저는 아들이 처음에 제대로 작성한 편지 내용보다 추신으로 쓴 내용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자신을 군대에 보내 놓고 걱정하는 엄마, 아빠를 안심시켜 주려는 아들의 마음 씀씀이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홈페이지에서 아들의 군복 입은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소대원들과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듯한 모습을 보는 그 짧은 순간의 짜릿함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군복을 입은 모습이 조금은 어색해 보이지만, 조금은 긴장한듯, 조금은 군기가 든 듯한 아들 모습. 저는 그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올려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사진을 보며 이야기 합니다.
'아들! 오늘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
오늘 아침 저는 아들에게 8번째 인터넷 편지를 썼습니다. 매일 하루에 한번 편지를 씁니다. 저보다 먼저 아들은 군대에 보냈던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가 아들이 훈련소에 있을 때 편지를 많이 써 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낯선 훈련소 생활과 고된 훈련으로 하루를 보낸 후, 가족들이 편지를 읽을 때 가장 많은 위안을 받고 힘이 된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저는 하루에 한 번씩 아들에게 편지를 읽는 즐거움을 선물해 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훈련소 홈페이지에 편지를 쓰기 위해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게시판에 수많은 사람들의 편지가 쓰여진다는 것입니다. 논산훈련소에는 23연대부터 30연대까지, 7개의 연대(24연대는 없습니다)가 각각 다른 게시판을 통해서 인터넷 편지를 쓰게끔 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의 소속인 27연대 게시판만 하여도 하루에 1400여통의 편지가 쓰여지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 아들을 사랑하는 부모님, 형제 그리고 애인, 친지들이 그곳 게시판에 위문편지를 쓰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님,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는 없습니다
처음 훈련소에 입소한 첫 번째 주를 제외하고, 기초군사훈련은 두 번째주부터 시작되어 5주간의 훈련을 받습니다. 훈련소 입소후 총6주가 지나면 수료식을 하고 면회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2월 20일 수요일 오전에 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훈련소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은 하루도 마음 편하게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부모들과 다를바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와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국무총리로 후보 지명을 받은 김용준 지명자의 두 아들 모두 군입대를 면제받았다는 소식으로 시끄럽습니다. 면제사유가 '체중미달과 통풍'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연일 뉴스에 오르내릴 만큼 정말 의혹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면제였는지는 저처럼 평범한 아녀자로서는 그 속내를 알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이제서야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애태웠던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저로서는, 김용준 지명자께서 만약 정당하지 않게 아들의 군입대를 면제받았다면, 굳이 청문회까지 가지 않고서라도 본인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아들을 군대에 보냈던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과 예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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