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주범은 대구시... 추모사업도 미루기 바빠"

▲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던 중앙로역 통곡의 벽 안에는 10년이 지났어도 그날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조정훈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10주기를 앞두고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모여 추모위원회를 발족하고 추모사업과 함께 안전한 도시철도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2·18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와 2·18유족회 등 유족단체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대구참여연대 등 70여 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18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는 6일 오전 대구중앙로역 '통곡의 벽'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에 추모사업 등 남겨진 문제에 대해 성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을 요구했다.

추모위는 기자회견문에서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대구지하철참사는 평소 안전관리만 잘 되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며 "수익성과 효율성보다는 공공성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많은 희생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0년이 지난 지금 철도, 지하철 관련 사고소식이 여전히 언론을 장식하고 도시철도는 민간위탁, 외주용역화 등 비정규직화를 확대하며 안전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오는 2014년 개통 예정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에 대해 비용절감을 이유로 무인화를 계획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2·18참사 희생자 유족들과 부상자들은 여전히 정신적, 육체적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대구시는 추모사업을 비롯한 제반문제와 관련해 10년 동안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갈등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석기 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은 "희생자 192명의 가족들은 그동안 처절한 자기반성을 하면서 왜 우리 가족이 희생되어야 했을까를 고민했다"며 "결국 우리의 무관심, 사회와 이웃에 대한 무관심에서 참사가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의 진짜 주범은 한 사람의 방화범과 기관사, 승무원이 아닌 대구시"라며 "그들이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잘못이 10이라면 정비되지 않은 법과 제도로 가장 큰 참사원인을 제공한 대구시의 잘못이 90"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순 대구여성회 대표는 "대구지하철참사는 대구시민 모두가 아파해야 할 사건으로 아직도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 10년 동안 유족과의 갈등을 이유로 추모사업조차 제대로 확정 짓지 못하고 미루기에 바빴다"고 비판했다.

17일 추모문화제, 18일 추모식과 토론회 개최 예정

2월18일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6일 오전 유족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대구 중앙로역에 모여 추모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했다.

이들은 중앙로역사 지하 2층에 사고현장을 영구히 보존하기 위해 남겨둔 추모벽과 추모기 등이 10년 동안 판넬 속에 감금되고 방치되어 있다며 비난하고 유족회 측과 약속한 추모사업을 하지 않으려는 대구시와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난했다.

당시 큰딸이 사고로 죽은 후 10년 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윤근씨는 "대구시가 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재단출연증서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경배 대구시 재난관리과장은 "특정인이 무기한의 임기로 재단에 상임이사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아, 임기를 정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재단설립 문제가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체가 없고 재단이 안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석기 희생자대책위 위원장은 "재단의 정관은 시에서 만들었고 임기도 시에서 정한 것 아니냐"며 자신을 배제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비난하고 "대구시에서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고 국민 성금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왜 핑계를 대면서 재단을 만들지 않으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는 지난 2003년 2월 18일 한 사람의 방화로 시작돼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의 부상자가 나와 지역사회에 큰 아픔과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지하철과 도시철도 내의 의자 등을 불연재료로 바꾸었다.

한편 추모위는 이날 결성을 계기로 오는 17일에는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18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추모식을 거행한 뒤 경북대로 옮겨 '트라우마를 넘어서 - 지금 도시는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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