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석역 인근 사거리에서는 '빵집 전쟁'이 벌어진다. 세 곳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도로를 두고 마주보거나 같은 상가건물에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곳은 지난해 겨울 문을 닫고 말았다.
박현진
오후 6시를 넘어서자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간석역 주변 사거리가 붐볐다.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한아름 사들고 나오던 최아무개씨는 "고등학생인 두 자녀에게 가져다주려고 빵을 샀다"며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이야기에 공감하지만 일상에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곳만 고집하기는 어렵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최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점포가 크고 할인혜택 등이 많은 프랜차이즈를 무작정 안 가기만은 어렵다"며 "일반 주택가 주변에서만이라도 정부가 규제책을 확실히 마련해야 소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와 함께 사거리를 건너자 곧바로 아파트 단지 상가건물에 닿았다. 피자나 떡볶이를 파는 가게에서부터 작은 김밥가게에 이르기까지 프랜차이즈 점포가 아닌 곳을 찾기 어려웠다.
점포마다 퇴근길 가족들에게 무언가 사다 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한 프랜차이즈 점포 사장은 "프랜차이즈라고 해봤자 우리도 소상인인 것은 똑같다"며 "재료납품, 메뉴개발, 홍보 때문이라도 프랜차이즈를 선택하지 않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점포 26곳... "대기업은 해외의 기업들과 승부를""바로 5분 거리에 기업형 슈퍼마켓도 있잖아. 또 아파트 단지 주변에 편의점도 얼마나 많으냐고. 식료품이나 과일·채소 조금 파는 걸로 그들을 이겨내기는 어렵지. 그냥 아파트 상가건물에 있으니까 동네주민들과 가깝고 친절한 거 이외에 특별한 전략이란 게 있겠어?"아파트 상가건물 끄트머리에는 동네슈퍼가 하나 있다. 기자가 퇴근을 할 때 맥주 한 캔씩을 사가는 점포다. 이 슈퍼를 운영하는 전명식(59)씨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서민들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 해외의 기업들과 승부했으면 좋겠다"며 "작은 골목상권도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메꿔버리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때마침 동네슈퍼에서 라면 몇 봉지를 사고 나오던 이아무개씨와 마주쳤다. 그는 기자와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주민이다. 이씨는 "출출한데 저녁때가 많이 지나 라면을 샀다"며 "가까이에 기업형 슈퍼마켓도 있지만 라면처럼 소소한 물건은 동네슈퍼에서 사 먹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250미터 남짓, 5분의 퇴근길, 프랜차이즈 점포는 26곳이나 있었다. 그 중 7곳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나머지 역시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전국적인 망을 갖춘 체인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인이 오늘도 '골목상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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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퇴근길, 프랜차이즈만 26개...골목상권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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