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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액재배되고 있는 딸기. 이부윤 씨가 서양란 대신 선택한 작물이다. ⓒ 이돈삼
시진핑 중국 총서기의 '근검절약' 주창에 서양란의 하나인 심비디움이 된서리를 맞았다는 소식이다. 춘지예(春節·설) 특수를 노렸던 심비디움의 판로가 막히면서 국내 생산농가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춘지예 때 노란색 심비디움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귀부인'이란 꽃말을 지닌 심비디움을 집안에 들이면 1년 내내 행운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키운 최고급 심비디움은 화분당 2만5000원∼3만 원에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에서는 350∼400위안(6∼7만 원)에 팔린다. 최고급품은 2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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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가 딸기를 선별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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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의 시설하우스. 서양란 대신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 이돈삼
이 소식을 접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10여 년 전 만난 이부윤(53·전남 나주시 남평읍) 씨였다. 그는 당시 심비디움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었다. 국내는 물론 중국시장까지 판로를 넓혔던, 이른바 '잘 나가는 농업인'이었다.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가고 있을까? 궁금했다.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연락을 해봤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작년에 접었어요. 국내 소비가 계속 줄고 있고. 중국 현지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고. 무역규제도 심해졌거든요. 모든 게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작목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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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의 양액재배 딸기.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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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의 아들이 수확한 딸기를 운반하고 있다. ⓒ 이돈삼
이씨가 20년 동안 해오던 서양란 재배를 접고 고심 끝에 선택한 작목은 딸기였다. 심비디움을 재배하던 기존 하우스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작목만 바꿨다고 했다.
최근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을까. 그는 몇 년 전부터 작목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했다. 농업기술 교육을 꾸준히 받으면서 선진지 견학도 빠짐없이 다녔다. 적절한 작목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게 딸기였다.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여건이 좋았다. 기존의 하우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전남농업기술원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여차하면 달려가 자문을 얻을 수 있는 것도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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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의 딸기하우스. 지금까지 본 딸기하우스 가운데 가장 넓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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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가 수확한 딸기를 운반하고 있다. 서양란을 재배했던 하우스였던 만큼 다른 딸기하우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다. ⓒ 이돈삼
"저희 하우스가 광주에 인접해 있잖아요. 한창 조성되고 있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와도 가깝고요. 소비시장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시설도 기존의 것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요."
이씨는 지난해 시설 교체를 시작했다. 기존의 9동 연동하우스 6000㎡를 그대로 두고 안에 양액재배 시설을 했다. 하우스 안에는 이미 세 겹의 보온용 커튼과 한 겹의 차광막이 갖춰진 터였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딸기하우스가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본 딸기하우스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딸기재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심비디움을 재배하던 것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었다. 상큼한 딸기도 주렁주렁 열렸다. 맛도 좋다. 당도가 높고 육질도 단단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다.
이씨는 딸기를 부인 박정애(50) 씨와 아들, 딸과 함께 딴다. 방학이라고 놀지 않고 농사일을 돕는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다. 딸기 생산량과 품질도 흡족할 수준이다. 가격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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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넓은 딸기 하우스. 이부윤 씨가 서양란 대신 심은 딸기밭이다. ⓒ 이돈삼
"보통 딸기는 5월까지 따잖아요. 근데 우리는 6월까지는 충분히 딸 수 있을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시설이 워낙 좋잖아요."
이런 추세라면 소득도 쏠쏠할 전망이다. 첫 출하치고는 기대 이상이다. 기분이 좋다. 보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언제까지나 좋을 순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죠. 판매 방법도 다양하게 해야 할 것 같고요. 금명간 전자상거래도 시도할 생각입니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찾아야죠."
심비디움으로 오랜 기간 상한가를 달렸던 이 씨가 이번에는 딸기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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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윤 씨의 하우스에서 출하할 딸기를 포장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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