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왼쪽 위부터 우타뺨이라는 인도음식인데 한국의 빈대떡같고 차오미엔은 중극음식으로 볶음면이고 아래는 카푸치노와 초코시럽 얹은 크로와상
송진숙
라지브촉에서 내렸다. 스마트폰 속 지도를 보며 걸었다. 지도대로 가니 정확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구글 지도는 가이드북보다 훨씬 정확했다. 코넛 플레이스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깔끔한 곳이었다. 우리의 강남역처럼 번화한 곳이라더니 여지껏 본 인도와는 사뭇 다르다. 도로는 공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 있고 건물들은 원형으로 줄지어 있었다. 블럭마다 알파벳이 붙여져 있어 건물을 찾기가 쉬웠다.
흙먼지 없이 깨끗하게 포장된 길 위에는 우리가 아는 다국적 기업들이 있는데 나이키·아디다스와 같은 브랜드 외에도 고가의 브랜드샵들도 있었다. 우리가 여행을 하며 보았던 인도는 비포장 흙길과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허름한 건물들뿐이었는데. 반듯하고 세련된 건물들을 보니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처럼 어리벙벙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극장을 찾았다. 상영중인 영화는 네 가지 정도였는데 그 중 액션물과 로맨스물이 괜찮아 보였다. 고민끝에 로맨스물을 골랐다. 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대충 눈치로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영화였다. 영화 이름은 <Akaash Vani>.
영화 상영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가량. 코넛플레이스를 둘러봤다. 고급스러워보이는 기념품 가게도 있고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도 있었다. 쇼핑을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아서 커피전문점에 갔다. 내부는 첫눈에 보기에도 깔끔했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실내 장식도 인도풍이 아니었다. 한 켠에선 젊은이가 노트북을 펴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원시 속에서 현대로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딸은 거리에서 받은 '카푸치노 한 잔 무료'라는 전단지를 내밀며 주문했다. 그런데 온전한 무료가 아니었다. 카푸치노는 다른 메뉴를 하나 더 주문할 때 무료라는 것. 크로와상 하나를 같이 주문했는데 빵값보다 빵 위에 얹어주는 초코시럽 값이 더 비쌌다. 카푸치노에 넣는 시럽도 추가 요금이 붙었다. 결국 '카푸치노 한 잔 무료'는 낚시였다.
커피를 마시고 영화관에 갔다. 영화관 입구에서는 가방을 검사하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게 한다. 인도 여행에서 검색대를 빼고는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검색대는 도처에 있었다. 기차를 탈 때도, 전철을 탈 때도, 유적지에 입장할 때도 심지어 영화를 볼 때까지도...
이거 영화야? 뮤직비디오야?상영관 들어가기 전에 카메라를 맡겨야 했다. 불법으로 촬영해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란다. DSLR과 컴팩트 카메라·폴라로이드 카메라까지 모두 맡기고 입장했다. 영화관 내부는 인도의 또다른 면을 보는 듯했다. 코넛 플레이스는 인도의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인 듯했다. 로맨스 영화라 그런지 관객들은 모두 젊은 커플들이었다.
인도 영화는 상영시간이 길어서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긴시간 동안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화를 잘 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영화가 시작됐다. 여주인공은 '여신급'이었고 남주인공 역시도 '조각 미남'이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힌디어로 말한다. 가끔 나오는 짧은 영어 대사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다 영화속의 인물이 다 인도사람인데 왜 가끔 영어로 대사를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인도는 워낙 넓고 인종도 언어도 다양한 지라 같은 힌디어라도 지역마다 의미 차이가 있다고 한다. 못 알아 듣거나 뜻을 좀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을 땐 영어를 사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