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4구간 봉대산을 오르다
이익수
31번 국도를 따르던 해파랑길이 효암삼거리에서 봉대산을 넘는다. 해안절경을 뒤로 하고 바다와 멀어지는 것은 고리원자력발전소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고리원전1호기는 7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원자력발전산업은 저렴한 발전원가를 기반으로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매력을 느껴 석유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발전과는 달리 방사선 피폭 위험으로부터 대중의 건강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도의 안전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부지 선정에서 부터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원자로 건설에 적합한 암반이 있어야 하고, 냉각수를 사용하기 좋은 지상조건과 상수원이 있어야 한다.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이 다하여 보수냐 폐기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제원전기구에서 사고발생시 예방적 보호구역으로 30km를 설정했는데, 30km 이내에 부산, 울산 양산 등지에 350만 명이 상주하고 있어, 사고라도 나게 되면 350만 명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고개 마루에서 오른쪽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봉화산정상에 아이봉수대가 있다. 봉수대는 사방이 잘 보이는 산봉우리에 위치하여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인근에 있는 봉수대와 연락하여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과 관할 진영에 알리는 군사통신의 하나였다. 평상시에는 하나, 적이 나타나면 둘, 국경에 접근하면 셋, 국경을 넘어오면 넷, 접전하면 다섯 개의 횃불을 올리게 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 속으로 연결되는 해파랑길이 애견훈련장을 지나, 동해남부선이 지나는 효암천에서 다시 해안가로 방향을 잡는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문전옥답이 모두 미나리꽝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국제시장 개방)로 인해 벼농사가 직격탄을 맞아, 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대체작물로 선정된 것이 미나리 재배라고 한다.
산형과(傘形科)에 속하는 미나리는 양지바른 무논·습지·연못가 등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미나리는 비타민이 많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액을 보호하며, 감기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미나리 국을 마시면 땀이 나면서 거뜬해진다. 미나리의 식이섬유는 장의 내벽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미나리 삶은 물을 한 컵씩 마시면 비만을 예방한다. 또한 복어요리에 미나리를 넣는 것은 미나리의 해독작용 때문이다.
신리삼거리를 지나며 비로소 해안가를 만난다. 해풍이 불어오는 동구 밖에는 400여년 된 소나무가 길손들을 맞아들이고, 주둥이가 달린 항아리처럼 아늑한 신리포구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지켜낼 수 있는 방파제로 둘러싸여 어선들의 피난처요, 마을 주민들의 휴식공간이다. 해녀들의 물질로 갓 잡아 올린 소라, 멍개, 해삼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신리포구에서 감칠맛 나는 젓가락질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