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옥답이 모두 왜 미나리꽝이 됐을까

동해 해파랑길 제4구간 : 임랑해수욕장 - 진하해수욕장

등록 2013.02.28 16:49수정 2013.02.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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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랑길 4구간
해파랑길 4구간이익수

*일 시: 2013년 2월 17일 = 함께하는 등산클럽
경유지: 임랑해변 - 월내역 - 서생역 - 신리해수욕장 - 서생중학교 - 나사해수욕장 - 간절곶 - 송정해수욕장 - 진하해변

해운대 해장국골목을 찾는 것도 마지막이다. 부산지역을 통과하는 해파랑길이 4구간으로 나누어진 탓에, 4번째 구간인 임랑 해변을 지나면 울산권역이라 다음부터는 울산 시내를 답사하게 된다. 각자 입맛에 맞는 아침식사로 해결하고 곧 바로 임랑해변으로 이동한다.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파랑(波浪)의 두 글자를 따서 임랑(林浪)이라 부르는 해수욕장. 백설 같은 모래사장이 1km 이상 깔려 있고, 백사장 주변으로 노송이 즐비하여 임랑천의 맑은 물에서 고기를 잡다가 밤이 되어 송림 위로 달이 떠오르면, 사랑하는 님과 함께 조각배를 타고 달구경을 하면서 뱃놀이를 즐겼다고 하는 전설이 현실로 이어지는 곳.

가수 정훈희와 김태화의 보금자리 '꽃밭에서'가 송림을 배경으로 고운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 잡고 있다. 아들이 운영하는 라이브카페를 중심으로 그리스풍으로 지어진 화이트 하우스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바닷소리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집이다.

안개로 데뷔하여 도쿄 국제가요제와 아테네 국제 가요제, 칠레 국제가요제에서 입상하며,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국민가수 정훈희와 1970년대 보컬그룹 사운드계를 평정한 김태화 부부는 금슬이 좋아 임랑해변의 정서에 맞는 커플이다.

이른 아침부터 임랑해변에 좌판들이 펼쳐진다. 연유를 물어본즉, 오늘이 바로 임랑 5일 장날이란다. 지난번 답사 길에 물미역을 한 다발 가지고 갔더니 아내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스테미너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최고라며 다음 번에도 잊지 말고 사오라는 신신당부에 흥정부터 시작한다. 마수 거리라며 인심 좋은 손길에 한 아름 받아 들고 보니, 20여km를 가야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마누라에게 점수를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며, 고개 마루를 넘는 고행이 시작된다.

산 모랑이 해안가를 뒤로하고 월내역으로 방향을 잡는다. 월내역은 부산진역에서 북쪽으로 44km 떨어진 동해남부선의 간이역이다. 동해남부선은 일제치하에 동해안의 해산물을 일본 본토로 운송하기위해 만들어진 화물철도이고, 월내역 또한 기장미역이나 다시마를 수탈하기 위한 방편으로 문을 열었다.


월내역은 부산 간 도시 통근열차의 종착역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부산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쇠퇴기를 맞다가 코레일에서 인수하면서 전성기의 영광을 되찾았다. 월내포구와 임랑해수욕장은 부산중심가와는 다르게 고즈넉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으며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해파랑길4구간 봉대산을 오르다
해파랑길4구간 봉대산을 오르다이익수

31번 국도를 따르던 해파랑길이 효암삼거리에서 봉대산을 넘는다. 해안절경을 뒤로 하고 바다와 멀어지는 것은 고리원자력발전소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고리원전1호기는 7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원자력발전산업은 저렴한 발전원가를 기반으로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매력을 느껴 석유대체 에너지로 각광을 받는다.


하지만 다른 발전과는 달리 방사선 피폭 위험으로부터 대중의 건강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도의 안전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부지 선정에서 부터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원자로 건설에 적합한 암반이 있어야 하고, 냉각수를 사용하기 좋은 지상조건과 상수원이 있어야 한다.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이 다하여 보수냐 폐기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제원전기구에서 사고발생시 예방적 보호구역으로 30km를 설정했는데, 30km 이내에 부산, 울산 양산 등지에 350만 명이 상주하고 있어, 사고라도 나게 되면 350만 명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고개 마루에서 오른쪽으로 고리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봉화산정상에 아이봉수대가 있다. 봉수대는 사방이 잘 보이는 산봉우리에 위치하여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인근에 있는 봉수대와 연락하여 변방의 긴급한 상황을 중앙과 관할 진영에 알리는 군사통신의 하나였다. 평상시에는 하나, 적이 나타나면 둘, 국경에 접근하면 셋, 국경을 넘어오면 넷, 접전하면 다섯 개의 횃불을 올리게 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 속으로 연결되는 해파랑길이 애견훈련장을 지나, 동해남부선이 지나는 효암천에서 다시 해안가로 방향을 잡는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문전옥답이 모두 미나리꽝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국제시장 개방)로 인해 벼농사가 직격탄을 맞아, 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대체작물로 선정된 것이 미나리 재배라고 한다.

산형과(傘形科)에 속하는 미나리는 양지바른 무논·습지·연못가 등에서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미나리는 비타민이 많은 알카리성 식품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액을 보호하며, 감기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미나리 국을 마시면 땀이 나면서 거뜬해진다. 미나리의 식이섬유는 장의 내벽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아침저녁으로 미나리 삶은 물을 한 컵씩 마시면 비만을 예방한다. 또한 복어요리에 미나리를 넣는 것은 미나리의 해독작용 때문이다.

신리삼거리를 지나며 비로소 해안가를 만난다. 해풍이 불어오는 동구 밖에는 400여년 된 소나무가 길손들을 맞아들이고, 주둥이가 달린 항아리처럼 아늑한 신리포구는 폭풍우가 몰아쳐도 지켜낼 수 있는 방파제로 둘러싸여 어선들의 피난처요, 마을 주민들의 휴식공간이다. 해녀들의 물질로 갓 잡아 올린 소라, 멍개, 해삼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신리포구에서 감칠맛 나는 젓가락질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해파랑길4구간 신리포구마을
해파랑길4구간 신리포구마을이익수

서생면 사무소가 있는 신암리 포구 또한 절경이다. 팔각정이 있는 산자락의 소나무 숲, 갯바위에 낚시터를 잡은 강태공, 방파제와 등대, 신암리 포구가 어우러진 모습은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해맞이 길로 명명된 31번 국도가 해안가를 바라보며 달려가고, 간절곶이 시작되는 소망길 발자욱 따라 서생 중학교를 지난다.

서생중학교는 1952년에 개교하여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로서, 농어촌의 인구감소로 폐교 직전에 있었지만, 관내 유지들의 도움으로 최신 설비를 갖춘 학교로 다시 태어나 공립중학교로는 전국에서 최초로 자율학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학생 전원이 기숙 생활을 하는 서생중학교는 외부시설에서부터 일반중학교와는 차별화를 볼 수가 있다.

푸른 앞바다를 가득 메운 미역양식장에서 밀려온 줄기가 해안가를 어지럽히는 나사포구. 고운 입자들로 발이 푹푹 빠지는 백사장을 걸어가면 어느덧 간절곶이 가까워 온다. 한반도에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은 영일만의 호미곶보다 1분, 강릉의 정동진보다도 5분이나 빨리 해돋이가 시작된다.

 해파랑길4구간 동해의아침 간절곶
해파랑길4구간 동해의아침 간절곶이익수

망망대해의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기위해, 밤을 잊고 달려온 수만은 인파들, 새해소망을 비는 저마다의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정월초하루.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해돋이 명소가 이곳 간절곶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하지 못한 말들을 담아 보내는 우편함이 간절곶의 상징이라면, 1920년 3월에 점등한 이후로 어둠속을 밝혀주는 등대야말로 울산을 찾아오는 배들의 수호신이다.

해안가 주상절리와 갯바위를 덮치는 물보라가 가슴 속의 묵은 때를 씻어 내리고,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화된다. 등대를 비롯한 시설물들이 모두 하얀색이다.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색상으로, 해돋이를 보면서 티 없이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한 해를 설계하자는 뜻일 것이다. 드라마 하우스 2층 테라스에서 감미로운 키스에 열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 들어 환호를 보낸다.

 해파랑길 4구간 울산큰애기 노래비
해파랑길 4구간 울산큰애기 노래비이익수

간절곶을 뒤로하고 찾아가는 곳이 송림 속으로 이어지는 벼랑길이다. 해파랑길 4구간 중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깎아지른 벼랑 사이로 녹슨 철조망이 걸쳐있고, 경계병들이 순찰 다니던 계단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아직까지도 정식으로 개방되지 않은 벼랑길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수십 길 벼랑 아래로 곤두박질치기 십상이다.

손님도 없는 송정 유료낚시터와 화이트 하우스 등대카페를 지나면, 오늘의 목적지인 진하해변이 시야에 들어온다. 앙증맞은 솔개해수욕장의 고운백사장이 송림 속에 그림처럼 펼쳐지고, 산 모랑이 넘어서면 곧바로 진하해변이 시작된다.

 해파랑길 4구간 진화해수욕장
해파랑길 4구간 진화해수욕장이익수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자리 잡고 있는 진하 해수욕장은 울산 제일의 해수욕장이다. 동해의 검푸른 파도를 막아주는 명선도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해수욕장은, 울창한 송림과 고운 백사장이 1㎞에 걸쳐 이어지고, 모래밭의 넓이가 300m나 되어, 하루 수용 인원이 5만여 명으로 성수기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피서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고운모래와 파란물빛이 어우러지는 송림 속에는 오토캠핑장까지, 천혜의 조건을 갖춘 진하해수욕장은 광안리와 해운대의 번잡한 곳을 피해 오붓하게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덕도와 소나무 숲이 우거진 명선도는 해맞이 명소로 유명하고, 화야강이 흘러드는 강어귀에 걸려있는 명선교의 조형물도 진하해변의 명소로 탄생하였다.
#동해 해파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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