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칩은 두 개>라는 시집을 펴 낸 시인 손태연.
하주성
시인 손태연의 시집 <내 칩은 두 개>에 실린 '빨간 팬티만 보면 나는'이라는 시입니다. 조금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이런 시를 쓰는, 시인 손태연을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쯤 되었나 봅니다. 수인사에서 "나는 밤에 출근하는 여자예요"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패션디스플레이어인 손태연 시인은, 백화점의 영업이 끝난 다음에 디스플레이를 하기 때문이죠.
손태연 시인은 이 시를 중년 남성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썼다고 합니다.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직장의 후배들, 위에서 찍어 누르고 있는 상사들, 그리고 날마다 '남들은 출세를 하는데, 너는 왜?'라고 윽박지르는 마누라. 명퇴를 하고 어깨를 처트린 남자들. 세상에 그런 이 시대의 수많은 남자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손태연이라는 시인에 대해서는 전 잘 모릅니다. 그저 모임에서 보았을 뿐이고, 술 몇 잔 함께 마셨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마이블로그에 올라오는 글과 그림, 그리고 수도 없이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제 스스로 조금씩 손가락을 꼽아볼 뿐입니다.
손태연 시인의 시집 <내 칩은 두 개>는 모두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제1부 가시로 짠 시간, 제2부 그가 들고 온 밤, 제3부 고장 난 채널, 제4부 낮은 지붕들입니다. 그런데 시집을 찬찬히 읽다가 보면 착각을 하게 됩니다. 흡사 네 사람의 시인이 글을 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이 시인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