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안 치고 농사짓기
민족의학연구원
몇 해 전, 농촌으로 일손을 도우러 갔을 때 일이다. 모두가 땀을 흘리며 일하고 난 후 점심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려 할 때, 함께 내려간 동료가 식용이 가능한 풀이라며 한바가지 뜯어와서는 쌈으로 먹자고 했다가 농촌 아주머니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이유는 먹을 시기가 지난 풀은 독(毒)이 생겨서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을에서 독이 오른 풀을 먹고 탈이 나거나 병원에 실려간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4월 초봄에 올라온 풀들은 대부분 식용이 가능하지만 씨앗과 꽃을 맺을 때가 되면 자손을 보호하려는 모성본능으로 외부의 공격을 막기위해 독을 만들어낸다. 식물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냄새를 풍기거나 열매 속에 방어물질을 갖고 있는데 이것들은 사용방법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식물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물질은 사람의 병을 고치거나 건강을 위해 오래 전부터 한약 재료나 구전(口傳)을 통한 민간요법으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것들 중에는 목숨을 끊는 사약으로 이용되거나 실생활에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했다. 예를들면 까만열매를 맺는 자리공풀은 사약의 원료로 이용했고, 여뀌라는 풀은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는데 이용했다고 한다.
과거 전통농사에서는 식물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분을 이용하여 병해충을 예방하거나 퇴치했다. 화학농약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풀과 같은 식물을 이용한 농사법이 오래된 관행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농사는 화학농약을 사용하는 것을 관행농사라고 부르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잘못된 관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자연순환의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농부들은 식물체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물질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식물성농약, 들녘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민족의학연구원에서 펴년 <약 안 치고 농사짓기>에는 다양한 식물들을 이용하여 병해충을 막거나 영양이 되는 비료를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책에 소개된 내용들은 북한에서 오랫동안 임상경험을 통해 입증된 방법을 소개한 책 <고려 식물성 농약>의 내용도 담고 있다고 하니, 화학농약이 없는 북한의 농사법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