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문집 가보로 물려줄 거예요"

동해 삼화초교, '학급문화의 꽃' 학급마다 펴내

등록 2013.03.11 15:18수정 2013.03.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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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문집 삼화초등학교에서 2012년에 낸 학급문집

학급문집 삼화초등학교에서 2012년에 낸 학급문집 ⓒ 이광우


"문집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문집에 실린 집, 학교, 친구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하고 같이 웃기도 하고 어떤 글을 읽으면서는 아이처럼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내년에도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4학년 학부모)

사실 아이들 글만큼 재미난 글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 글은 꾸밈이 없어서 좋다. 일상에서 찾은 소소한 재미나 어른들은 도저히 생각 못할 마음들이 가득 담기기 때문. 한 교실 아이들의 글과 그림, 어린이 시, 사진 같은 한 해 동안 살아온 삶을 살뜰히 모아서 한 학교 모든 학급에서 학급문집을 낸 학교가 있다. 동해 삼화초등학교(교장 고희찬)가 바로 그 학교. 한 학급에서 또는 학교문집을 내는 일은 많지만, 삼화초등학교처럼 모든 학급에서 학급문집을 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학급문화의 꽃'이라고 할 학급문집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해 학급 살림 이야기가 고스란히 드러나야 하고, 민주스런 방식으로 학급을 운영할 때라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삼화초도 마찬가지. 아이들의 삶을 잘 담아낼 수 있는 게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교사들 고민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학급문집을 만들어 보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조해인 선생님(4학년 담임)은 잘 읽히지 않고 아이들한테 버림받던 학교문집들이 떠올라 썩 내키지 않았단다.

"처음 문집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는 '또 하나의 일이구나'라고 느껴졌던 것도 솔직한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한 아이 한 아이 글과 그림을 고르면서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달라지는 거예요. 더구나 자신이 쓴 글과 그림이 담긴 문집을 받아든 아이가 '샘, 나중에 내 아들에게 가보로 물려줘야지' 그러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까 괜히 뿌듯해지는 거예요. 한 해 동안 아이들과 만든 생활의 기록을 정리하며 학급문집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어요."

학급마다 한 권씩 모두 일곱 권으로, <똥강아지>, <우리들의 꿈 자람 터>, <속닥속닥-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아름다운 비행>, <너, 나, 우리 이야기>, <여행 다녀왔어요>처럼 문집 제목도 재미있다. 제목만큼이나 문집 판형도 학년 특성을 고려하여 동화책 크기에서 A4용지 크기까지 다양하다.

문집 표지만 봐도 저마다 다른 교실 풍경이 그대로 전해온다. 교실이 죽어라 경쟁하고 공부 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독거려 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곳임을 문집 곳곳에서 깨닫게 해준다. 학급문집을 내지 않은 5학년에서는 학급마다 전자앨범 형태로 만들었다. 6학년은 이제까지 사진관에 맡겨 만들던 졸업앨범을 교사들이 찍은 사진과 아이들이 쓴 글을 모아 졸업앨범과 학급문집이 더해진 형태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자기 이야기를 쓰면서 비로소 삶의 주인으로 선다. 친구들이 쓴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받아들이고 서로 다독거려 주면서 마음이 같이 자라게 된다.

이경민 학생(5학년)은 "문집을 펴보면 다 우리 이야기예요. 어떤 이야기는 꼭 내 이야기 같은 것도 있고……. 아, 내가 쓴 글, 그림 같은 것도 실려 있어서 자꾸 펼쳐 보게 돼요. 친척들이 오면 막 펴서 자랑하고 그래요. 평생 간직할 거예요"라며 문집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학급문집 일을 추진해 온 이광우 선생님(행복더하기학교 연구부장)은 "학급문집은 학교나 선생 이름 내려고 쓰는 게 아니라 말길, 마음 길을 트는 데 초점이 있는 거잖아요"라며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학부모 반응도 매우 좋아요. 올해 문집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해마다 문집을 내겠다고 다짐하는 선생님이 많아요. 그게 우리 학교의 희망이지요" 하고 환하게 웃었다.

삼화초등학교는 동해시 무릉계곡 어귀에 있는 학교로, 2012년에는 10학급이다가 올해는 9학급이 되었다. 2012년부터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강원행복더하기학교로 지정받아 올해로 2년째를 맞는다.
#학급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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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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