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진짜 꽃은 시들었건만 가짜꽃은 여전히 화사하다.
김민수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어느 집 앞 화분에 조화가 꽃혀있다. 만든 꽃, 그것은 진짜 피어나는 꽃과 비교한다면 가짜꽃이다. 진짜 꽃이었던 나팔꽃은 시들어 버렸는데, 혹한의 지난 겨울에도 가짜 꽃은 여전히 화사하게 피어있었을 터이다.
죽음과 생명이라는 큰 틀에서야 살아있는 것은 시든 꽃이요, 죽은 것은 조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목도하는 현실에서는 가짜 꽃이 화사하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진짜는 어디로 가고, 가짜들만 진짜라고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니던가!
벽화보다 차라리 화분 한 점이 이곳의 삶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