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법원의 보정권고를 받고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거나,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회생신청을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는 항고심 판단이 나왔다.
개인회생 신청자는 생업종사를 위해 시간적ㆍ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므로, 법원이 신청인에게 연락을 취해 보정이 지연되는 사유를 밝히도록 하는 등 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장기불황에 따른 경기침체로 개인회생신청 사건이 꾸준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다른 개인회생신청 사건을 맡은 1심 단독재판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남 거제시에 사는 A(30)씨는 창원지방법원에 개인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 이 사건을 맡은 개인회생 단독판사는 A씨에게 많은 채무를 부담하게 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할 것과 재산목록으로 최근 5년간 세목별과세증명서를 제출할 것, 보험가입현황(월 보험료 등)을 보험계약별로 표를 작성해 신고할 것 등이 기재된 보정권고를 했다.
A씨는 이 같은 보정권고를 송달받았으나 재판부에 보정권고연기신청을 했을 뿐, 제출기한인 15일 내에 보정권고에 응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A씨의 개인회상절차개시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보정권고에도 제출기한 내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 개인회생신청이 성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A씨는 1심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를 제기하면서 1심 법원이 보정을 명한 사항에 관해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이를 검토한 창원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정렬 부장판사)는 12일 A씨의 개인회생신청을 기각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을 1심 단독판사에게 환송했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이 즉시항고인 A씨에게 보정권고를 통해 제출을 명한 서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과 규칙에서 정한 첨부서류에 해당하지 않아, A씨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거나, 법원이 정한 제출기한을 준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개인회생신청을 기각할 수는 없어, 1심 결정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법원이 이 법 제595조 제7호 '그 밖에 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개인회생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하려면 채무자에게 절차적인 잘못이 있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개인회생신청을 했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비록 법원의 보정권고를 받고도 첨부서류 제출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절차적인 잘못이 있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개인회생신청을 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즉시항고인과 같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은 통상 채무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변제하기 어려워 개인회생신청을 하는 점에 비춰 볼 때, 그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생업종사를 위해 법원의 보정권고에 따른 보정을 하기 위한 시간적ㆍ심리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므로, 법원으로서는 개인회생 신청인의 그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보정권고를 받은 사람이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사정만을 들어 개인회생신청이 성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할 것이 아니라, 신청인에게 연락을 취해 보정이 지연되는 사유를 밝히도록 함과 아울러 보정을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심문기일을 지정해 출석을 요구하며 부족한 부분은 시정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신청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비교적 열악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1심 법원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그렇다면 그런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즉시항고인 A씨의 신청을 '성실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 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1심 결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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