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연, "자격심사로 사상 검증하냐"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이석기 의원의 자격심사 상정은 사상을 검증하겠다는 의도이며 정치보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자격심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새삼스레 내가 지금 이곳에 그 40여년 전의 논쟁을 길게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어령이 처음 쓰고 김수영이 맞받은 '에비'라는 말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과연 '에비'가 있는가 없는가. 그 '에비'로 지금의 2013년을 설명할 수는 없는가.
21일 오전, 전교조(위원장 김정훈)는 민주노총, 4대강 범대위 대표자들과 함께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이들 단체를 '종북세력', '내부의 적' 등으로 규정한 원세훈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전교조 교사다. 그러므로 원세훈 국정원장의 생각에 따르면, 나는 '종북세력'이자 대한민국 '내부의 적'이다. 물론 나는 실상 '종북세력'이나 '내부의 적'이 아니다. 그 '종북세력'이나 '내부의 적' 부류가 할 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 또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이 나라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은 내가 속해 있는 노동조합에 '종북'이니 '적'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말을 붙여 자신의 부하들을 다그쳤다. 그들의 '준동'을 막으라는 취지였을 게다. 그래서 걱정이다. 내 눈앞에 현존하는 '에비'가 지금 나를 옥죄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나만의 강박적 상상일까.
그 '에비'는 대체 누구인가. 한마디로 나를 '종북세력'이니 '내부의 적'이니 하는 말로 겁박하는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이 나라의 수많은 '원세훈'들 말이다.
그들이 있기에 나는 수업 시간에도 지레 주눅이 든다. 내 말과 이야기에 아이들이 '종북' 딱지를 붙이면 어떻게 하나. 그걸 빌미로 '이적' 행위 말라며 부모가 항의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랄 때가 많다.
'에비'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국적 포기라도 하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