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감천마을의 다채로운 모습
이명주
그리고 2009년부터 마을미술 프로젝트, 관광협력사업, 골목길 프로젝트 등이 진행되면서 오늘의 '그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집 안팎에 그림을 그려 집 하나가, 마을 전체가 그림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요. 어떤 마을들은 그것이 실생활, 주변풍경과 하나되지 못해 되레 추해진 경우도 봤습니다.
지도를 보며 정해진 지점에서 스탬프를 찍는 테마여행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여행할 때 마음 따라 제멋대로 방향을 틀어버리기 일쑤지만 오늘은 왠지 순응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네 번째 스탬프를 찍는 '평화의 집' 앞에서 이웃과 얘기 나누던 아주머니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 뭐가 볼 게 있다고 이래들 오노." 그 전에 만난 할아버지도 앞에 보이는 바다 이름이 뭐냐 물었더니 무뚝뚝하게 한 마디 던졌습니다.
"(그냥)바다지. 여는(여기는) 감천이고." 무안하면서 한편으로 송구스러웠습니다. 제가 누군가의 치열한 삶터에 서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편리한 이동을 위해 마을 곳곳엔 깜찍한 물고기 모양의 이정표가 많습니다. 페인트로 그린 화살표도 있고요. 그리고 이곳은 관광지이기 이전에 실제 주민들의 거주공간이므로 주의를 요하는 입간판도 여러곳에서 봤습니다.
그제서야 일요일 한낮 부스스한 모습으로 대문 밖에 나섰다 관광객과 마주하는 이곳 사람들, 집이 좁아 길목에 속옷을 널어둔 이곳 사람들, 공중변소를 이용하고 뒤돌아서 나오다 역시 낯선 이들을 봐야 하는 이곳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