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 일벌백계 하겠다던 한수원, 알고보니

강도 높은 징계하겠다더니... 3개월 후 문제 간부들 전원 '복직'

등록 2013.03.25 17:39수정 2013.03.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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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민규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은 비리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밝혀왔다. 문제가 된 직원들에게는 지휘 고하를 따지지 않고 적극적인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고, 실제로 그리했다. 대신 그 책임은 딱 3개월만 물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재난안전팀 직원들이 마약을 투약한 것을 적발했다. 심지어 이 직원들은 발전소 안에서도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소 내 정전사고와 이에 대한 은폐, 거기에 납품비리까지 터지며 궁지로 몰린 한수원에 발생한 또 다른 대형 악재에 지역 민심은 폭발 직전이었다.

이를 감지한 한수원은 재빨리 같은달 27일 즉각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이들에 대한 지휘관리 책임을 물어 간부들까지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직위해제된 간부들은 이아무개 본부장을 비롯한 경영지원처장, 재난안전팀장, 재난안전차장 등 4명이었다.

이같은 조치를 단행하며 한수원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간부들에 대한 징계가 강도 높은 조치였음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사과와 특단의 조치를 약속한 3개월여 뒤인 올 1월 2일 정직이 됐던 간부들은 모두 별무리 없이 복직했다.

복직 후 이들은 예전처럼 업무를 보고 있으며 경영지원처장은 C발전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수원 측은 "3개월 정도면 본인들이 자숙했고 새해 들어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복직을 시킨 것"이라고 이들에 대한 복직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한수원이 마약투약 사건 발생 뒤 다짐했던 후속 조치는 아직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한수원은 간부들에 대한 직위해제를 결정하며 발전소의 소방업무를 정부와 협의해 소방방재청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직위해제 할 때는 큰 목소리, 복직에는 작은 목소리


a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 정민규


그러나 간부들의 복직이 이루어진 지금도 소방업무에 대한 소방방재청 위탁은 여전히 검토중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한수원은 민간시설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에 정부가 인건비를 주면서 소방을 맡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요한 문제는 정부가 소방을 맡는 것이 아니라 한수원의 인사시스템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결국 한수원은 당시 후속 대처로 약속했던 소방 업무의 이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간부들만 우선 복직시킨 모양이 됐다.


이와 함께 한수원이 간부들의 복직을 전하는 방법도 징계를 할 때와는 수준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매번 징계조치를 취할 때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대대적으로 자구책을 홍보했다.

지난 2월 월성 제2 원자력발전소장을 직위해제 할 때도 그러했다. 한수원은 2월 28일 "조그만 실수라도 용납지 않는 믿음 발전소 운영 신호탄"이라며 발전소장을 직위해제했다. 스스로가 경미했다고 강조한 냉각수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징계였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발전소장에 대한 직원해제를 단행하며 "앞으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조그마한 인적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정직한 안전문화를 토대로 설비의 안전성을 구축해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는 기업으로 거듭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직위해제되었던 간부들이 복직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수원의 목소리는 작았다. 이를 묻자 한수원 측은 "3개월 전에 일을 왜 지금에서야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숨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복귀가 되면 자연히 알게 되는 사안이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수원의 해명을 반핵 관련 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 사고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반핵 관련 단체들도 해당 간부들이 복직 했다는 소식은 대부분이 접하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관련 단체 사람들은 '이같은 소식을 들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말이냐"고 되묻기 일쑤였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대표는 "사고가 나면 강도 높게 인사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흘러가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당시 간부들이 연대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았다는 점을 이해한다 해도 강경했던 태도와는 다르게 3개월로 책임이 끝날 수 있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고리원전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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