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권우성
또 새 정부의 국정철학 공유와 전문성이라는 가치 기준을 앞세우다, 더 중요한 국민 여론에는 둔감해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만수 후보자도 인선 사실이 발표되자마자 과거 김앤장과 율촌 등 대형로펌에서 대기업의 소송 대리인을 맡아 활동한 경력 때문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해야 할 '경제 검찰'의 수장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조세법 전문가라는 청와대의 인선 배경 설명은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김학의 전 차관의 문제도 '성접대'라는 여론 휘발성이 강한 의혹에 연루돼 있었지만 신중한 접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 여론 보다는 대통령의 심기를 더 살피는 참모들이 인사위에 포진하고 있는데 인사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고위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일차적 검증 책임이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만수 후보자의 경우 언론의 취재 활동을 통해 수십억 대의 해외 비자금 계좌 보유와 역외 탈세 의혹이 불거졌다. 언론 취재를 통해 드러날 정도의 사안을 검찰·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권력기관이 취합해 놓은 검증 자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청와대 민정라인이 놓친 것이다.
'성접대' 의혹으로 물러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은 수개월 전부터 사설 정보지를 통해 불거졌고 경찰에서도 이 같은 사안에 대해 내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김 전 차관 본인이 강하게 부인하자 임명을 강행했다가, 결국 성접대 리스트에 김 전 차관의 실명이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자 사표를 받았다. 게다가 청와대와 경찰은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을 포함한 민정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공개적으로 민정라인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정라인 교체 목소리... 선 긋는 청와대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에 출연해 "공직 후보자가 내정됐을 때 검증하는 팀이 제대로 체계가 안 잡혔다는 지적들이 있는데 최근 김학의 법무차관 낙마 과정 등을 보면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며 "초반 인수위원회 인사 시에는 대통령이 아직 취임을 못했고 검증 인력이나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좀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지만 (취임 후) 검증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가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곽상도 민정수석 사퇴론에 대해서는 "시행착오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능력이 안된다고 생각된다면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인책론에는 선을 긋고 있다. 민정라인의 검증 실패도 불가항력이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서는 당연히 검증을 했지만 해외 계좌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현실적으로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다"며 "(문책론에 대해서는)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재산이나 세금, 부동산은 모두 기록에 있지만 처음에 없던 동영상이 나중에 나오면 그것은 (검증이) 안 되는 문제"라며 "검증이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감쌌다. 여당 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대통령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윤창중 대변인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잘랐다.
"대통령이 단수 후보 지명하는 방식, 검증 불가능"하지만 청와대의 안이한 대응이 계속되고 '수첩'에서 사실상 단수 후보를 지명하는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인사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한 취임 한 달 국정운영의 동력을 갉아먹은 '인사 참사'는 계속 반복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참여정부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복수를 후보에 올려 놓고 혹독한 검증을 해도 사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게 인사"라며 "대통령이 '이 사람을 시키겠다'고 맘을 먹는 순간 민정라인의 검증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단수 후보를 점찍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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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참사' 났는데도... 청와대 "인사위 활동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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