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에 600만원 벌자고 집 사겠수?"

[현장] 부동산 취득세 감면 확정... 시장반응은 '무덤덤'

등록 2013.03.26 09:42수정 2013.03.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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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상가.
2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상가. 김동환

"취득세 1% 내린다고 안 살 사람이 사진 않죠. 별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정책이지만 효과가 있었더라도 이미 1, 2월에 선반영됐다고 봅니다. 시장은 항상 앞서가거든요."

강남구 개포동 ㄱ부동산 채아무개 대표는 "언론들이나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웃으며 선을 그었다. 취득세 감면안이 통과된 지 사흘 째인 25일. 일부 언론에서는 취득세 감면 조처에 따라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날 서울 시내 부동산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22일 본회의를 열고 부동산 취득세 감면을 올해 6월 말까지로 연장하는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1월 1일부터 소급해서 9억 원 이하 주택은 2%에서 1%로, 9억 원 초과~12억 원 이하 주택은 4%에서 2%로, 12억 원 초과 주택은 4%에서 3%로 각각 취득세율을 낮춰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일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대체로 이 조처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취득세 감면, 집사는 사람들에겐 '묵은 떡밥'"

이날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한 목소리로 취득세 감면이 '묵은 떡밥'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2월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충분히 시장에 예고가 되어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동대문구 전농동 ㅅ부동산 대표 이일환씨는 "1월 1일부터 소급해서 적용된다는 점도 다 알려져 있었는데 무슨 새로운 소식이랄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동시에 취득세 감면이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미칠만한 중심요인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통상 집을 매매할 때 들어가는 돈이나 기대할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취득세 감면분이 적다는 얘기다.

최근 그의 점포 주변에서 가장 손님들의 관심을 끄는 매물은 다음달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아파트. 유명 건설사에 입지조건도 좋아 서울 시내에서도 주목받는 미분양 아파트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최신 아파트를 계약했을 때 취득세 감면으로 볼 수 있는 이익은 600만 원 정도다.


"아직 경기가 안 좋잖아요. 부동산 시장도 바닥권이라는 인식은 많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찾기 어려운 상태지요. 이런 상황에서 600만 원 벌자고 집 사겠습니까."

이씨는 "취득세 감면으로 오는 문의는 노후를 위해 집사서 월세 놓는 사람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미 집을 소득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마음을 굳힌 노령층들이 100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을까 싶어 전화 문의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노령층들이 사는 일반 주택이나 다가구 주택은 부동산 시장 매수세를 끌고갈 수 있는 중심 요인이 아닐 뿐더러 숫자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의 ㅈ부동산 대표 박아무개씨는 "취득세 감면 확정으로 부동산 시장에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올 거라는 생각 자체가 신선한 발상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취득세 감면이 1월부터 소급해서 6월까지 연장되는 건 집 사러 오는 사람들은 다 알고 오는 사실이니 변화가 있으려면 연초에 매물이 늘거나 거래량이 늘어야 하는데 미분양이든 일반 아파트든 그런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아파트가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아파트.
25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아파트가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아파트. 김동환

"강남 부동산 상승이유는 '전세값 폭등'과 '새정부 기대감'"

사정은 강남도 비슷했다. 취득세 감면 확정 이전이나 이후나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ㅂ부동산 대표 정명진씨는 "강남은 연초에 집 값이 조금 오르긴 했는데 취득세 효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전세값 폭등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25평형 아파트의 가격의 지난 연말 시세는 약 5억 7000만 원. 현재 가격은 6억 3000만 원 정도다.

"강남이 최근 몇년 집값이 낮아졌는데 전세값은 반대였어요. 동네가 학군도 좋고 살기도 편하니까 전세값은 계속 올랐거든요. 개포 주공 5, 6, 7 단지 같은 경우는 전세가 3억 원 가까이 되요. 이러니까 거주할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융자 얻어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연초에 집값이 좀 올랐지요."

정씨는 "2월 말, 3월 초까지는 거래량도 평소에 비해 많았는데 지금은 되려 주춤한 정도"라면서 "취득세 효과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취득세 감면 확정이 돼서 거래가 많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개포동 ㄱ부동산 대표인 채아무개씨는 연초의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 이유를 '새정부 기대감'으로 꼽았다. 채씨는 "새누리당에서 정권을 잡고 나서 부동산 정책도 친시장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평소에 비해 거래가 늘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의 대표적 재개발 지구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의 경우 42㎡(14평) 기준으로 1월 12일에 5억 9000만 원하던 시세는 거래량이 늘면서 금방 6억 800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요즘은 다시 2000만 원 가량 하락하는 추세다. 채씨는 가격하락의 이유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져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3월 말에 부동산 관련 종합대책이 있을거라고 하던데 시장은 항상 무슨 발표가 있다고 하면 먼저 반응해요. 가격이 떨어진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곧 발표될 정부 대책에 기대를 안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미 DTI 규제도 안 푼다고 하는 확언한 것들 등에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명박 정부 수준에서 더 나가지 못할 거라는 공감대가 있는 거죠."

채씨 역시 취득세 감면에 대한 생각은 다른 부동산 업소 대표들과 같았다. 그는 "이 지역같은 경우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데 취득세 감면분인 690만 원이 거래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언론들이 취득세 감면 효과에 대해 과민하게 보도를 하는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취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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