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엔 아직 시린 겨울의 빛깔이 파르라니 남아있다.
이주빈
강물은 아직 파르르한 색깔을 하고 있다. 강변엔 매화며 개나리, 생강나무꽃 지천으로 봄인데 섬진강은 아직, 겨울. 하지만 바람 끝은 맵지 않아서 홑겹 점퍼가 누추하지 않다. 어느 누구는 제철을 맞아 흥이 나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이른 철 맞이에 여간 당혹스럽겠다. 제철에 맞게 사는 게 쉽지 않다. 저마다 생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흔히 쓰는 '철없다'느니 '철모르는 이' 하는 말엔 악심이 없다. 저마다 다른 시간의 개념으로 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시간 개념을 약간은 장난스럽게 응대하는 여유가 봄꽃처럼 화사하다.
섬진강 따라 매화가 한창이다. 아무리 '매화도 한철, 국화도 한철'이라지만 겨울 끝자락에 옹근 봄의 전령은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문인화(文人畵)에 매화가 으뜸 화제(畵題)로 쓰이는 까닭 역시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