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중산아파트.
김동환
그러나 이미 한 차례 채무불이행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경기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의 허가를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강변 조망권을 가진 서부이촌동이 통째로 빠질 경우 전체 사업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상황이 이러니 서부이촌동 여론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한 주민은 "의도적으로 이 화제는 올리지 않는다"면서 "동네가 온통 찬성파, 반대파로 나뉘면서 전부 말조심하는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애초부터 개발을 반대해온 아파트 주민들은 행정 담당인 서울시 도시계획국 지구관리계획과에 항의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고 주민투표 촉구를 요청하는 민원전화를 독려하고 있다. 6년 만에 찾아온 '개발 탈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대림아파트 주민인 김진명씨는 "여기서 손절(손절매) 쳐주는 것이 코레일이나 드림허브가 할 일"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동네나 개발사나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 이자에 허덕이다가 가장이 자살하는 일도..."서부이촌동 주민들은 6년의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한 물적, 심적 고통을 함께 겪어야 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서울시가 통합개발 방침을 정함과 동시에 이곳은 집을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2298가구 중 1250가구가 평균 3억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는 상황. 이 지점에서 주민들은 서울시에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시가 멀쩡한 서부이촌동을 이 상황으로 몰아넣고서 책임을 지고있지 않다는 이유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도 개발사와 한통속"이라고 지적했다. 성원아파트 주민인 임통일씨는 "서울시가 적용한 도시개발은 논·밭만 있는 곳에 도시를 건설해서 사람을 유입시킬 때 쓰는 방식"이라면서 "여기 멀쩡히 아파트 다 있고 집 다 있는데 대책 없이 도시개발법으로 수용해서 강제로 밀어붙인다는 건 집 빼앗겠다는 말 아니냐"고 반문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시가 땅 주인인 중산·시범 아파트였다. 도시개발을 할 경우 시유지는 동의절차 없이 강제 수용되며 보상비 협상도 어렵다. 주민들 사이에서 "서울시가 시유지를 코레일에 팔아먹으려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중산아파트 주민 조안나씨는 "대출 받아서 4억 원 넘는 가격에 집을 샀는데 시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비는 다른데 가서 전세도 못 얻을 수준"이라면서 "서민 땅 빼앗아서 개발 참여한 기업들 배불리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분개했다.
"여기가 강변이라 전망이 정말 좋아요. 아파트는 40년 됐지만 우리 주민들 다 여기서 살고 싶어 해요. 대출받은 거 이자 다 갚고 있고 재개발은 우리끼리 하면 되요. 좀 놔달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서민들이 왜 맨날 시청에 데모하러 다녀야하고 도시개발법이 뭔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왜 법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조씨는 "개발 결정 후 내내 마음 졸이며 지내느라 다들 불면증, 우울증, 두통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은 기본으로 얻었다"면서 "강변에 있는 아파트 중 한 가구는 6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못하면서 대출 이자에 허덕이다가 가장이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이 원하지 않아서 공개가 안 된 것 뿐 그런 식으로 파탄난 가정이 부지기수"라고 귀띔했다.
▲27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중산아파트.
김동환
이곳 주민들 역시 주민투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등기상 아파트 땅은 시 소유지만 다른 곳이 개발구역에서 해제되면 이곳도 개발이 취소될 수 있다는 이유다.
중산아파트 주민 조아무개(78)씨는 "주민투표를 빨리 실시해야 하는데 서울시에서는 드림허브 편만 들면서 우선 감정평가부터 하자고 한다"면서 "우리도 이제 공부해서 감정평가 하면 법적으로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이젠 안 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원주민 내쫓는 재개발 안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지난해 8월에 낸 면담 신청을 아직도 안 받아주고 있다"면서 "(시장을) 만나게 되면 이게 어디가 원주민 위한 개발인지 꼭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이란? |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은 용산구 한강로3가 40-1 코레일 부지와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를 통합 개발해 용산역 인근에 국제업무 기능을 갖춘 서울의 부도심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56만 6000㎡ 부지에 2017년까지 600미터가 넘는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한 67개 빌딩을 지어 국제업무 기능을 갖춘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하겠다는게 초기 계획이었다.
당초 코레일 부지만 가지고 시작하려던 사업이었으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2007년 7월 18일 개발 구역 안에 서부이촌동을 포함시키는 통합개발안을 발표하면서 확장됐다. 같은 해 12월 18일에 코레일 외 29개사가 합동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위한 법인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삽도 뜨지 못하던 개발사업은 거듭되는 자금난을 겪다가 올해 3월 13일 52억 원의 채권이자를 갚지 못해 최종부도 위기를 맞았다. 현재까지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투입된 자금은 총 4조 원으로 추산되며 사업이 최종 부도날 경우 피해액은 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드림허브의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용산사업 부실로 인한 피해로 18일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드림허브는 다음달 2일로 정해진 주주총회까지 법정관리와 법인 청산(부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드림허브 1대 주주인 코레일은 25일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가지고 있던 삼성물산에서 시공권을 반납받고 코레일이 랜드마크 빌딩을 4조2000억 원에 선매입하기로 약속하는 사업정상화안을 내놨다. 빌딩 매입금과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바탕으로 투자처를 찾아 사업진행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레일은 다음달 2일 주주총회에서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바로 청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용산 개발? 우리 좀 이제 놔주세요 계속하면 아파트 위에 망루 올릴 것"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