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는 비행> 겉표지
금토출판사
중국 청년 장윈청은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다. 2005년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황매출판사, 2004)이란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됐다. 그 책을 쓴 저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장윈청의 안부가 궁금해 가끔 검색을 해보곤 했다.
원래 이 책이 중국에서 출판된 것은 2003년, 당시 저자인 장윈청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는데, 예정대로라면 28세가 되는 2008년쯤 안타깝게도 생을 마감할 불치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독자 중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멀리서나마 그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다음 생엔 그 누구보다 건강하게 태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해주고 싶었다. 그만큼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과 책을 통해 만난 장윈청의 희망은 내게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여하간 그의 짧은 삶을 생각하노라면 막연하게 마음이 아프곤 했다. 지난 3월 어느 날 신간 정보에서 장윈청의 두 번째 책 <날개 없는 비행>을 발견하던 그 며칠 전까지.
'정말 그 장윈청이 맞나? 그렇다면, 2012년에 이 책을 낸 걸 보면 기적적으로 살아 있다는 거네? 설마 이 책이 유작이 된 것은 아니겠지? 당연 아직도 살아 있다는 거지?' 이미 죽었을지도 모를 사람의 뜻밖의 책을 받아들고서도 믿기지 않아 뒷부분부터 우선 급하게 읽은 책이다. 책의 존재 자체부터 반가웠음은 물론이다.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과 <날개 없는 비행>을 쓴 장윈청은 가난한 농부의 넷째 아들로 1980년에 태어났다. 셋째 형에 이어 3살 때부터 난치성 희귀 근육병인 진행성근이영양증을 앓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6세 때는 전혀 걸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몸이 굳는 것이 점점 악화만 될 뿐, 완치는 힘든 그런 병이었다.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을 쓰기 시작하던 무렵엔 양쪽의 두 다리는 굳은 지 오래, 손가락까지 거의 굳어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의지로 물 한 컵을 들 수도 마실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윈청은 자신보다 더 먼저 앓아 더 많이 악화된 셋째 형과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들로 일하러 간 부모님과 자신들을 돌봐주는 둘째 형을 기다라며 '단 사흘만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이런 소망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무언가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현재보다 건강한 몸으로 불한당으로부터 연약한 어머니를 지켜주고도 싶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윈청의 이런 소원은 점점 더 악화되는 병 때문에 결코 이룰 수 없는 그런 꿈이 되고 만다.
윈청의 희망대로 어느 날 휠체어에 의지해 학교에 가게 된다. 그러나 근육병으로 인한 감기 때문에 단 한 번의 등교로 끝나고 만다. 이에 윈청은 혼자의 힘으로 글을 배워 한 자 한 자 글씨를 쓴다. 글씨 한 자 쓰는 데 6분, 하루 온종일 쓸 수 있는 글자는 77자. 6년 동안 이렇게 쓴 글자는 17만 자.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은 이렇게 나온 책이다.
중국에서 2003년에 출간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삶이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중국 CCTV가 장윈청에게 '아름다운 청년상'을 수여함으로써 장윈청과 그의 가족의 희망은 13억 중국인들의 희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