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이창순 보도부위원장, 김인한 기술부위원장, 김민식 편재부위원장, 정세영 영상미술부위원장이 2012년 10월 29일 오전 여의도 MBC본사앞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을 촉구하며 삭발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조재현
문제는 오로지 "김재철 편이냐 아니냐"라는 단 하나의 '개인적 판단'에 따른 인사 정책으로 인해 MBC가 폐허가 되어버린 것이다. 방송의 경쟁력은 콘텐츠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핵심은 고급인력이다. 그런데 김재철씨는 MBC가 수 십 년 동안 길러온 고급인력들을 자신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한 순간에 헌신짝 취급하듯 내다버렸다. 동네 구멍가게 사장님조차도 종업원들에게 하지 않을 일을 너무 쉽게 했다.
그 결과는 시청자들의 신뢰 상실이다. MBC에 대해 "케이블TV를 보는 것 같다", "요즘 잘 안 본다"는 말이 이제 보통이 되었다. 공영성이나 공정성을 잃은 것은 차치하고, 지상파 방송으로서 기본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바람에 MBC의 경쟁력은 꼴찌이다. 종편에도 밀릴 것이란 말이 나온 지도 한참 되었다. 온 국민의 재산인 MBC를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하게 취급한 결과인 것이다. MBC가 김재철씨 개인 회사였다면 이 정도까지는 못했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제 김재철씨가 떠났다. 그렇다면 MBC는 정상화될 것인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재철 씨가 지난 3년 동안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는 것만 해도 간단하지 않다. 우선 엉망이 되어버린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세트장 관리를 하거나 브런치를 만들고 있는 기자들에게 "공정한 마이크"를 돌려주어야 하고, 시사PD들에게 그들의 프로그램을 되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드라마와 예능 PD들이 프로그램 제작에 의욕을 느낄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추겨야 한다. 아나운서들에게 다시 시청자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리고 '김재철 키즈'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 인력들과 새로 들어온 '김재철 키즈들' 간의 갈등과 불화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서로 투명인간 취급을 하며 인사조차 건네지 않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다.
김재철씨가 파업에 참여했던 기존 인력들을 포용하지 못하자, 무모하게도 구성원들을 힘으로 다스리겠다며 일부러 적대적 인력들을 자꾸 늘려 뽑은 결과이다. 구성원들 간의 화합이 없이 콘텐츠를 생명으로 하는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재철씨가 뿌려놓고 떠난 재앙이다. 그의 처절한 사후 복수인 것이다.
정치적 사욕 벗고 자율성 회복, 후임 사장의 급선무지난 16년 동안 필자가 지켜본 MBC는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가장 보장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그리고 MBC의 경쟁력은 바로 이 자율성에서 나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후배가 선배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선배가 후배의 의견을 들어 반영할 줄 아는 조직. 간부라는 이유로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조직. 그 MBC가 지금 사라져버렸다. 이제 김재철씨가 떠난 MBC의 최대 과제는 바로 이 자율성을 되찾는 것이다. 이게 바로 후임 경영진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는 공영방송답게 MBC에 '정치적인 사욕'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후임 경영진 인사에 정부 여당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사장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물러난 뒤에 칭찬은 몰라도 김재철씨만큼 비난을 받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김재철씨가 본인 스스로도 실패하고 조직도 망가뜨렸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의지의 과도한 개입이었다.
김재철씨는 MBC 사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내내 역대 어느 사장도 누리지 못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구성원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여론의 귀추에도 관심이 없었다. 오죽하면 '제왕적 사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물론 청와대가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재철씨의 끈끈한 인연.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김재철씨의 모친상을 직접 찾아 위로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가 공적인 관계를 지배해버린 것이다. 본사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방문진까지도, 청와대라는 권력을 배경으로 갖고 있던 그에게는 장기판의 '졸'(卒)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오만함으로 인해 그는 조직을 망가뜨리고 영원히 잊히지 않을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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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후복수... '김재철 키즈' 문제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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