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의 노령에도 매달 2차례씩 이방자 여사의 묘소를 찾는 김수임 할머니.
최육상
4월 1일 또 다시 '영원'을 찾아 간 주인공은 1921년생으로 올해 93세이신 김수임 할머니. 이방자 여사 서거 24주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17일 일요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할머니의 주공아파트를 찾았다.
"1965년 비전하(할머니는 이방자 여사를 이렇게 부른다)를 처음 만났어요. 이듬해 '자행회'가 발족됐을 때 비전하의 권유로 창립 이사를 맡으면서 함께 전력을 다해 봉사할 것을 굳게 맹세했지요. '병신자식의 효를 본다'는 말처럼 농아인 장남 덕분에 고귀한 신분이면서도 파란만장한 생을 사시는 비전하 곁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참된 인생으로 거듭날 수 있었죠."장애인 장남이 맺어준 이방자 여사와의 인연할머니와 이방자 여사의 첫 만남은 말을 못하는 장애를 지닌, 할머니의 장남 덕분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65년 늦가을, 이방자 여사가 부군인 영친왕의 복지사업 뜻을 받아 특수학교 견학 차 할머니의 장남이 교사로 근무하던 수원농아학교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할머니는 일본말이 능숙했고, 중국에서 일본인과 같은 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일본 음식도 곧잘 만들어 이방자 여사와 첫 만남부터 대화가 잘 통했다고 한다. 더욱이 복지사업을 구상하던 이방자 여사에게 할머니는 '장애인 교사'의 어머니로서 대단한 열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첫 눈에 인정받았다고.
이후 두 사람은 힘을 합쳐 1967년 심신 장애아를 위한 복지단체인 자행회(慈行會)를 발족시켰다. 1971년에는 사회복지법인 명휘원(명휘는 영친왕의 아호)을 설립하는 등 그 당시 개념조차 정립이 안 돼 있던 '장애인 복지와 사회복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