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기습철거당한 쌍용차 분향소 자리에 화단이 들어선 모습을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지부장이 바라보고 있다.
박소희
[4신 : 4일 오후 5시 5분]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등 4명이 추가로 경찰에 연행됐다. 김 지부장은 이날 오후 3시쯤 화단을 정비하러 온 중구청 직원에게 항의하던 중 '공무집행 방해'를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다.
김태연 상황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재까지 연행당한 사람은 모두 40명이고, 이 가운데 쌍용차 노동자는 김정우 지부장, 고동민·최기민·김성진·윤충렬 조합원 등 5명"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도봉경찰서와 양천경찰서, 중랑경찰서, 금천경찰서 4곳에서 연행자들의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풀려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장에는 아직 경찰 병력도 그대로 남아 있다. 김 상황실장은 "분향소 자리와 광화문 쪽, 시청역 2호선 입구 세 곳에 나뉘어 있는데 3개 중대정도 되는 것 같다, 버스도 9대 왔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이 범대위 쪽에서 쌍용차 희생자 22명의 영정 그림과 철거 항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하나를 붙이자마자 곧바로 떼어버렸고, 항의만 해도 바로 연행한다"며 "오늘 오후 7시 촛불문화제도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노조와 범대위는 5일 12시 청와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3신 : 4일 오후 1시 37분] 2012년 4월 5일, '함께 살자'며 대한문 분향소를 설치했던 쌍용차노조와 범대위 관계자들은 딱 1년 만에 분향소가 철거당한 상황에 비통해했다. 이들은 "중구청의 철거는 불법"이라며 법적 대응에 들어가는 한편 분향소를 재설치할 뜻을 밝혔다.
김정우 쌍용차노조 지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55분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분향소는 우리에게 희망의 천막, 희망의 장소였다"고 말했다. "더 이상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향소를 쳤는데, (철거는 곧 우리에게) 죽으라는 것 아니냐"던 김 지부장은 "다시 싸우겠다, 도와달라"며 발언을 끝맺었다.
쌍용차노조와 범대위는 그동안 중구청에 수차례 "원만히 처리하자, 사람들이 다칠 수 있으니 철거만큼은 사전에 논의하자"고 얘기했다. 29일에는 대표단을 구성, 최창식 중구청장에게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했다.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4월 1일 저녁 백기운 가로환경과장한테 '우선 실무자인 나를 만나서 얘기하자'는 전화가 왔고, 화요일에도 중구청과 통화했다"며 "만나서 얘기하자던 사람들이 오늘 꼭두새벽에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중구청의 기습철거를 "슬픈 사람 가슴에 칼을 꽂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심리치료를 진행해온 정신과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트위터로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왔다. 그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이) 휘청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정 박사는 "(쌍용차 노동자들은) 절망 속에 있다 이곳에 나와 처음으로 (사람들의) 지지와 인정을 받았다"며 "삶의 최소 기반을 가까스로 유지하며 왔는데, (분향소 철거로 그들을) 벼랑 끝에서 밀어버렸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범대위 '불법 철거' 거듭 주장, 법적 대응 검토 쌍용차노조와 범대위는 철거의 부당함도 거듭 주장했다. 중구청은 2012년 12월과 지난 3월 두 차례 분향소 철거를 요구했다. 그런데 3월 화재가 발생하면서 새 천막이 들어섰다. 중구청은 4일 철거를 강행하며 '대한문 옆 인도에 들어선 불법시설물을 강제철거 계고장 대상으로 삼았기에 적법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태연 쌍용차 범대위 상황실장은 "현행 법에는 (철거 대상을) '구조물'로 하고 있다"며 "화재 후 판사도 중구청에 '지난번 천막과 새로 지은 것이 어떻게 같은지 설명하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행정집행법 시행령에 따른 계고서에는 '인공구조물 철거(또는 원상회복, 시정) 명령을 지정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대집행하겠다'고 쓰여 있다.
김 상황실장은 또 "아까 화단 조성을 막으려 할 때 파란색 중구청 조끼를 입은 사람이 '우린 일당 받고 일하니 막지 말라'고 했다"며 "(중구청 주장과 달리) 용역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행자 몇 명이 호송버스 안에서 중구청 직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조끼를 벗고 경찰복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봤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4일 11시 반쯤 김정우 지부장은 분향소 대신 화단이 들어선 자리를 말없이 지켜봤다. 쌍용차노조와 범대위는 이날 오후 7시 대한문 옆에서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 천막도 재설치하고, 중구청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