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망치는 폐축사화성시 병점동 벌말 마을 부근에 있는 폐축사가 오랫동안 방치된 채 주변 환경과 극심한 부조화를 이루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허성수
경기도 화성시 병점1동 벌말초등학교 쪽에서 1호선 전철 선로를 횡단하는 육교를 따라 서쪽으로 건너가면 한적한 마을이 나온다. 오래된 농가와 4~5층짜리 빌라 건물이 뒤섞인 동네로서 옛 이름은 벌말이다. 삼미천을 끼고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태안로 95번길을 통해 벌말을 벗어나는 순간 흉흉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들판 가운데 농사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 구조물이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부서지고 뜯겨져 있기 때문이다.
넓은 농토 위에는 낡은 쇠파이프의 뼈대만이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일부에는 아직 부직포가 덮혀 있는 상태였다. 자세히 보니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농사용 비닐하우스가 아니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바닥에 시멘트 블록이 일정한 높이로 벽을 쌓고 그 위에는 활처럼 굽은 쇠파이프가 있었다. 이 비닐하우스는 과거에 축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지 여러 해가 된 듯했다.
가축을 키우다 그만뒀으면 구조물을 모두 치우고 논과 밭의 형태로 복원돼야 하는 것 아닐까. 왜 치울 생각을 하지도 않고 방치돼 있을까.
나는 주변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나봤다. 칠순의 한 할머니는 "돼지를 치던 축사였는데 동네 주민들이 냄새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고추밭에 거름을 주고 있던 김아무개(83)씨는 이 비닐하우스에 얽힌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축사가 방치된 지는 무려 7~8년이 됐으며 축사를 운영하던 사람이 그만둔 후 사망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란다. 남의 땅을 임대로 얻어 축사를 지었는데 사업을 몇 년 하지도 못해 돼지값 파동이 닥쳤다고 한다.
"꼭 냄새가 난다는 주민들 민원 때문이라기보다는 돼지값 폭락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돼지 사육자가) 그만뒀을 때는 돈을 많이 벌지 못했으니 주인이 빨리 치워달라고 하지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철거도 못한 채 죽었어요." 그렇다면 고인의 다른 가족이라도 나서서 철거할 수는 없었을까. 김씨는 "고인에게 철거를 대신할 다른 가족이 없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