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의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찾기' 토론회의 발제자인 김연철 인제대 교수(왼쪽)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안홍기
김연철 "한국 주도권 커진 지금 최고위급 대화 제안해야"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현재의 남북의 전쟁위기 상황의 원인을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누적적인 위기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5년 간에 대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고 금강산 관광이 끊어진 지가 5년 차"라며 "결국 지난 5년간 남북간 군사대결 구조가 정립되면서, 그 불똥이 개성공단에까지 튀고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위기가 장기화되면 "미국이 국방비를 감축해야 하는 추세에서 한국에 핵우산 제공을 상시적으로 하는 건 비용적인 문제가 발생되고,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무기구입이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와 관련된 각종 국방지출이 확대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위기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중재자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 핵 위기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중국이나 다양한 중재자들의 역할이 작동했다"며 "그런데 시진핑 체제 이후 북한-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중국 내부에서도 대북정책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면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이 약화된 게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원인이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상호억제가 작동하고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면서도 "국제사회의 분쟁이나 전쟁은 의도한 과정의 결과라기보다는 순간적인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의 상승작용이 원인인 결과가 많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일종의 새로운 모멘텀이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반도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위상과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미국도 중국도 한국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에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과 정책을 선택하는가가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응에 대해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응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는 부처 간의 조정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 개성공단과 관련해 국방부와 통일부 간 통일된 입장이 필요했다, 이런 통합·조정에 청와대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가능'을 언급할 때 통일부는 차분한 대응을 유지했지만, 국방부에서 즉각 '인질구출작전'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안에는 좋은 내용이 많은데, 중장기적 목표라는 의미보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 적극성을 띄고 임해야 할 정책 기조가 아닌가 한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성을 보여줄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위기의 성격이 복합적이고 누적적이어서 굉장히 어려운 게 사실이고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도 한번에 해결하지 못하지만, 일단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의 의도를 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입장 차가 크다고 해도 조율하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이나 통일부장관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다자간 대화나 남북간 대화 등 좀 더 적극적인 제안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고 제안했다.
정욱식 "끈질긴 평화협정 요구... '비핵화-평화협정-NPT' 융합으로 풀자"이어서 발제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이번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과 북한이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대체하려는 의도가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봤다.
정 대표는 "북한은 2010년 1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면서 '정중히 제의한다'라는, 북한으로부터는 보기 드문 말을 썼지만 묵살을 당했다"며 "2011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평화협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핵참화'를 언급했고,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에세 비밀서한을 보내 북미 직접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이를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에 북한은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것도 안 먹혔다고 판단했는지 지금은 '전쟁이냐 평화냐'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것"이라며 "최근 수년 간 누적되온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집착과 미국의 평화협정 외면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그러나 협상의 다리를 놨어야 할 이명박 정부는 북한 붕괴 및 흡수통일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역사적 기회를 유실한 채 청와대를 떠났다"고 비판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에 대해 능동적인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현재 상황 타개에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정 대표는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북한이 핵 독트린을 법제화하는 등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 또한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정 대표는 "결국 김정은 체제가 핵을 갖고 있는 것보다 포기하는 게 훨씬 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 창의적이면서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접근법은 대북제재와 압박은 자제하되 핵 포기시 북한이 얻게 될 이익은 손실보다 확실히 크고, 또 현재성을 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간, 북미간 정상회담을 비롯한 최고위급 대화틀을 만드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후의 남북 및 주변국 대화의 목표로 '비핵화-평화협정-NPT'의 '화학적인 융합'을 제시했다. 내용은 ▲ 북한이 핵 폐기의 대상·시한·방식에 동의하면서 핵을 보유한 채 '과도기적 지위' 로 NPT와 IAEA에 복귀해 핵 폐기 의사를 천명 ▲ 남·북·미·중 4개국이 북한 핵 폐기 대상·시한·방식이 명시된 평화협정 체결 ▲ 미국과 UN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를 해제하며 북한 경제발전에 필요한 대외환경 조성 등으로 요약된다.
이외에 이날 토론자로는 김수현 진보정의당 정책연구위원·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이정철 숭실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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