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살해로 살해된 여성들을 추모하는 멕시코의 분홍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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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살해는 보통 인도나 아랍권 국가에서 가부장제적인 전통이나 관습, 의례, 미신, 종교적 규범에 따라 여성의 목숨을 끊는 일들로 비교적 제한적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여성살해는 소위 '미개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관습이 아니라, 각 국가와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조건의 차이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할 뿐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중세의 마녀사냥과 같은 집단적인 학살, 현재나 과거의 남편 및 애인에 의한 살인, 남아선호에 의한 여아 살해(직접적인 살해 및 유기나 방치에 의한 죽음), 여성의 임신출산에 대한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은 사회에서 비전문적인 낙태로 인한 죽음, 연쇄살인, 가정폭력의 결과로 인한 죽음, 여성성기절제술에 의한 죽음, 강간이나 의도적으로 콘돔사용을 거부한 남성에 의해 에이즈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경우, 소수인종 여성에 대한 살해, 결혼지참금 문제로 인한 살해, 남편과 사별한 여성을 가족이 죽이는 경우, 강간피해자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 등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갖가지 이유로 살해당하고 있다.
또한 가부장적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살해는 남성이 아닌 여성에 의해 벌어지거나 구조 자체에 의해 벌어지기도 한다. 아래의 사례들은 그와 같은 경우에서의 여성살해에 대한 쟁점들이다.
여성의 여성살해 : 물론 살인 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며,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대체로 남성의 학대나 성폭력에 대한 자기방어가 그 목적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여성이 여성살해의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마가 여아를 무관심 속에 방치함으로써 죽게 만드는 것이나, 결혼지참금 문제로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살해하는 경우들이 포함된다. 여성이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여성을 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은 여성가해자들을 남성의 이익을 위한 대리 행위자, 공모자나 방조자, 혹은 가부장제의 유지와 강화를 위한 대리 행위자 정도로 보고 있다.
남아선호로 인한 여아낙태 : 임신·출산·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은 페미니스트들이 오랫동안 쟁취하려고 애쓰고 있는 여성의 권리 중 하나이다. 그런데 성감별 후 여아낙태를 여성살해로 인정하게 되면 태아를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이 제한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처럼 여아낙태가 남아선호사상과 인구정책이 결합되어 매우 대규모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이때는 여아낙태가 여성살해의 핵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아선호로 인한 여아낙태를 여성살해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 살해 : 레즈비언과 트랜스젠더는 이성애라는 규범과 젠더정체성이라는 규범을 위반한 죄로 비난, 폭력, 죽음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집단이다. 일반적으로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의 살해가 여성살해의 역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하지만,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레즈비언에 대한 이른바 교정강간 및 폭력과 살해의 가해자는 이성애자 남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성소수자들이 살해는 그 특수성을 잘 포착할 수 있는 별도의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여/성노동자의 죽음 : 잘 알려져 있듯이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다양한 위험에 처해있다. '윤락행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혐오살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성구매자에 의한 구타․강간․살해 및 에이즈 감염에 의한 사망, 포주에 의한 폭력, 집단 거주지의 안전문제로 인한 화재 사망 등이 그것이다. 한편 이렇게 명확한 여성살해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성별분업에 따른 여성의 노동의 결과로 사망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여성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장에서 대체로 여성을 고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산업재해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여성살해로 볼 여지가 있다.
성폭력과 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살 : 성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한 여성들이 도움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자신이 죽거나 가해자를 죽여야 문제상황을 종결지을 수 있는 폭력적인 양자택일로 내몰리고 있다. 이때의 자살을 단순히 개인의 비윤리적 선택으로 볼 수는 없다. 이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자살이나 장애인 화재사망 사건을 '사회적 살인' 혹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생각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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