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고은의 “도시 미생물 프로젝트 - 판매를 위한 춤”.도시라는 거대한 장소에서 인간이 상품화되어가는 것을 기발하게 풍자했다.
문성식기자
세 번째는 곽고은의 <도시 미생물 프로젝트 - 판매를 위한 춤>이었다. 획기적인 무대장치와 영상, 그리고 현대무용이라기보다는 마임에 가까운 몸동작이 특징이었다. 무대가 시작되면, "FOR SALE!"이라는 붉은색 문구가 벽면 영상의 흰 바탕에 강렬하게 사선으로 씌여 있다. 무대 바닥에는 하얀색 형광등이 여러개 장식되어 있다. 남자 한 명, 여자 두 명의 무용수는 가운데 회전 무대에 컬러풀하고 몸에 달라붙는 의상을 입고 모델 같은 포즈로 정지한 채 서 있다. 회전무대와 함께 그 둘레의 흰 형광등도 함께 회전하며 사이버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비트음악도 한 몫 한다.
여러 제품의 광고를 여자 아나운서가 나래이션 하고 그것을 무용수의 몸동작으로 표현하며 동시에 미니멀한 영상으로도 표현한다. 첫 번째 제품은 아이패드를 연상시키는 "엔티프로" 라는 컴퓨터인데, 남자무용수가 "터치감이 좋고,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광고문구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다음으로 여자무용수가 "믹서기"를 표현하는데, 특히 "휘젓기, 다지기, 슬라이싱 등의 기능에 분리가 가능하고, s자 곡선 형태에 가벼운" 특징들을 온몸으로 재미있게 표현한다. 특히 무용수 본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빠르게 꼬고 헤집으며 "휘젓기, 슬라이싱.." 등의 부엌 동작으로 표현한 것이 기발하다.
세 명이 하나씩 온몸으로 광고한 후, 불이 꺼지며 비트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남자는 허리에 달린 줄에 매달려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온다. 이제, "멀티, 퀵, 프로페셔널" 광고를 하는데, 남자와 여자가 앞 광고의 두 번째 내레이션을 함께 다시 재현한다. 안무가 곽고은도 줄에 매달려 하늘로 떠올라 회전한다. 이어서 영상에 분홍, 노랑, 파랑, 흰색의 사람형상의 미니미들이 아메바 같이 꿈틀꿈틀 제자리 걸음으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재미있다.
다음으로 앞에 했던 "엔티프로" 컴퓨터 광고를 세 명이서 함께 한다. "한번 충전만으로 오래오래~"라는 나래이션과, 터치가 잘 된다는 "탭탭" 장면에서 서로를 때리는 것이 재미있다. 마지막은 마치 각기병 환자들처럼 혹은 주술동작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 머리를 털고 하더니 정지한다. 윗옷을 벗자 스태프가 들어와 낡은 광고판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듯이 무용수들의 몸에 투명풀을 바른다. 이윽고 영국 국가 같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영상 배경에 형형색색 별이 피어오르고 바닥에도 종이로 만든 별가루가 뿌려진다.
이제 음악과 나래이션도 번조되고, 이들 셋은 바닥에서 뒹굴고 바닥의 별가루가 온몸에 흡착된 후, 모두 하늘로 날아오른다. 영상에는 TV화면조정 혹은 형광색색의 띠모양이 미생물의 단백질 염기서열을 상징하듯이 보여진다. 마지막에는 커다란 원형이 보이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세포구조가 보여지더니, 무대 위쪽 카메라가 지금 무대에 뿌려진 별가루와 무용수들을 비추며, 이들을 이 도시의 하나의 미생물이라는 작품의 주제로 표현한다. 도시라는 거대한 장소에서 인간이 상품화되어가는 것을 기발하게 풍자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팩은 차기공연으로 '2013 HanPAC 솔로이스트'를 공연한다. 5월 31일과 6월 1일에는 김성용(발레), 김지영(발레)., 김혜림(한국무용), 밝넝쿨(현대무용), 6월 7일과 8일에는 김건중(현대무용), 정훈목(현대무용), 차진엽(현대무용), 허성임(현대무용)을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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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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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인간 상품화, 감정의 탐구를 춤으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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