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조례는 무시하다가 내용 가져다 쓰는 교육당국

[주장] 민주적으로 제정된 교권보호조례, 제대로 이행돼야

등록 2013.04.09 15:00수정 2013.04.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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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11일 '학습권과 교육권을 함께 존중하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아래 교권보호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교권보호대책을 두고 '교원의 교권을 매우 협소하게 설정함으로써 진정한 교권보호 대책이라 하기 어렵다, 실질은 교권보호조례 내용을 대부분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미 지난해 5월 2일, '서울특별시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교권보호조례)를 의결했다. 그러나 서울시육청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7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의 교권보호조례 집행정지 신청을 빌미로 아예 교권보호조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김형태

그런데 교과부는 '교권보호위원회의 권고 행위가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대법원에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했음에도 지난 2월 5일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교과부는 학생 또는 학부모의 폭행·협박 또는 성희롱·모욕 등으로 저하된 교원의 사기를 앙양하고 교권 보호를 통해 일반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도 교육감으로 하여금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시·도 교육청에 교원보호위원회를 설치·운영케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일부 개정했다(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파일 참고).

다시 말해, 교과부는 본인들이 대법원에 무효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한 서울시교육청의 교권보호조례를 벤치마킹해 대통령령을 개정한 것이다.

김형태

또한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교권보호대책은 교권보호조례의 한 부분을 가져다가 포장한 측면이 강하다. 서울시교육청의 교권보호대책에는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반복적으로 불응하는 학생에 대해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교권보호조례는 이미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 교원에게 폭력·폭언·조롱·희롱·폄하·농락 등의 방법으로 교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 학칙에 어긋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법령과 학칙에 따라 학교장에게 징계를 요청하거나 그 밖의 교육적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제4조4항)고 규정돼 있다.

학부모의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서울교육청의 교권보호대책에는 '학부모의 심각한 교권침해 시 피해교원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법률지원단을 활용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역시 교권보호조례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교권보호조례에는 '교원은 학부모가 수업 및 교육적 지도를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교원에게 폭력·폭언·조롱·희롱·폄하·농락 등의 방법으로 교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 교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이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4조5항)고 규정돼 있다.

또한 교권보호조례에는 이미 '교권보호위원회'(제9조)와 '교권보호지원센터'(제10조)를 설치해 교권 분쟁을 예방하고 분쟁 발생 시 이를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교권보호대책에도 이와 유사한 기구를 설치하도록 돼 있다. 서울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교권침해 학생 학교장 추천 전학'도 이미 교권보호조례의 제9조3항에 규정돼 있다.


이렇게 서울시교육청은 교권보호조례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유사한 대책을 포장해 내놓은 셈이다. 이중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사들이 교권침해의 주체로 가장 높게 꼽은 것은, '전보, 담임배정 시 인사전횡과 교육과정, 평가에 대한 학교장의 부당한 간섭'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교육정책'이었다. 이를 보더라도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교권보호의 본질임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이 교권침해의 주체로 가장 높게 꼽은 것은, '전보, 담임배정 시 인사전횡과 교육과정, 평가에 대한 학교장의 부당한 간섭'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교육정책'이었다. 이를 보더라도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교권보호의 본질임을 알 수 있다.김형태

지난 3월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교권보호대책은 '교권'의 개념을 매우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마치 '교권'을 침해하는 주된 요인을 '학생'과 '학부모'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교권보호대책에는 교사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 교권을 침해하는 학부모에 대한 대책만 나와 있지 교사의 교권을 폭넓게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대책에 나타난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보는 관점도 문제가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돌봄·보살핌은 없이 오로지 격리·전학과 같은 '배제' 정책만 나와 있다. 또한 '학부모의 교권침해' 개념도 매우 모호하고 주관적이어서, 자칫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학부모의 정당한 학교 참여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진정한 교권 보호는 교사들이 교육자로서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서울시의회의 교권보호조례에는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항이 있다.

'교원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에서의 자율성'(제4조2항)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제4조3항) '교원에 대한 차별 및 불이익 금지'(제5조) '교원업무경감'(제6조6항) '학교운영에 대한 의견개진'(제7조2항) '공정한 교원인사관리'(제7조1항) '교원전문성 향상 지원'(제7조3항) '교권보호를 위한 기구 설치'(제9조·제10조)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이 교권보호조례의 합리적 핵심을 외면한 채, 유사 대책을 발표하는 건 교권보호를 위한 진심이 서울시교육청에 존재하는 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지난해 11월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교사 10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신장을 위한 제도적 입법과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교권침해의 주체'로 가장 높게 꼽은 것은 '전보, 담임배정 시 인사전횡과 교육과정, 평가에 대한 학교장의 부당한 간섭'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교육정책'이었다. 이를 보더라도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교권보호의 본질임을 알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교권보호조례의 정신을 살려 교사의 교권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격리'와 '배제'를 중심으로 두고 있있는 학생지도를 넘어 학생인권조례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진정 교권보호를 할 생각이라면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제정된 교권보호조례를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김형태 기자는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교권보호조례 #교권보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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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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