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들이 돌아간 자리에 쓰러진 노점판과 그 주위로 떡볶이와 어묵이 널부러져 있다.
김아나
용역직원과 상인들의 싸움이 일단락되자, 시민들을 향한 한 노점 상인의 간곡한 호소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다.
"돈 많은 강남구청에서 지금 어렵게 사는 사람들 죽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강남구는 정말 있는 자만이 살아야 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1%가 살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불성설입니다."마이크를 잡은 A씨에 따르면 지금까지 22개 노점상 중 6개가 철거됐다고 한다. 그는 "장사를 한 지 20여년 됐고, 3~4년 전부터 단속을 해서 허가가 난 박스를 가지고 골목에서 장사를 했었다"며 "그런데, 장사가 안 돼서 1~2년 전부터 다시 내려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금 구청에선 미관상 보기 안 좋다고 철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오늘은 행정대집행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거다, 강남구가 재원이 많아서 그런지 용역을 많이 산 것 같다"며 "오늘도 몇 사람이 다쳤다, 손도 찢어지고 한 사람은 머리도 찢어지고 팔도 비틀리고... 20명씩 3팀 정도 왔으니까, 60명 정도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강제철거 관련 강남구청 건설관리과 팀장은 12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예전부터 강남대로 통행에 문제가 있어 정비를 해야 했고 그곳 노점상들은 생계형이 아니라 한 사람이 3~4개의 노점을 (알바를 써가며)관리하는 타로노점이 많아서 문제가 크다"면서 "주변에서 민원이 엄청 들어오고 최근에 노점상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특별단속을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용역은 계약입찰을 통해 경비업체로 등록된 업체를 쓰고, 사람들을 쓸 때는 회사에서 사전교육도 한다"며 "노점상 철거에는 용역업체뿐만이 아니라 공무원도 함께 나서고 있고 정당한 공무집행이 되려면 단속하러 나왔을 때 (노점상이)물러서야 되는데, 단체로 나와 행동하니까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래 사전에 협의를 다 거쳐 행정대집행이 내려지고 계고장을 보낸 후에 철거에 나선다"면서 "그러나 행정대집행 없이도 '도로법 65조'에 따라 항시 반복되는 도로점거에는 '즉시강제철거'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점상 자리 꿰찬 돌화분강남구가 이렇듯 도시 미관에 신경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세계적으로 큰 열풍을 불러일으킨 '강남스타일' 때문이다.
지난 2월 18일 강남구는 구청 홈페이지에 '강남구, 선진시민의식 정착운동 마무리에 총력!'이란 보도자료를 올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강남구는 '강남스타일' 열풍으로 인해 국제도시로 거듭난 강남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불법무질서 추방과제를 선정하여 올해 안에 불법과 무질서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강남구가 제시한 5대 불법무질서 추방과제는 ▲불법 광고물 추방 ▲불법 노점상과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불법주정차 근절 ▲불법건축물 일소 ▲불법퇴폐업소 철퇴 등이다.
특히 노점에 관하여 "신발생 노점, 고질적 민원을 발생시키는 노점, 영업 후에도 도로상에 방치하여 도시미관을 해치는 노점을 특별 정비 대상으로 하여 불법 노점상에 대한 정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노점들이 있던 자리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돌화분과 의자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민원실 담당 직원은 "노점이 재발을 못하게 화분과 의자를 설치해놓은 것"이라며 "특별한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고 미관상 더 좋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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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마!"...강남대로 한복판에 퍼진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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