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옥수동 타이거스>(최지운 지음, 민음사 펴냄)
민음사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인 <옥수동 타이거스>는 용공고등학교 오호장군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오호장군이란 삼국지 속 관우·장비·조운·황충·마초가 아니라 용공고등학교의 전설적인 주먹 5명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옥수동 타이거스>는 내가 기억하는 '4대천황'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전설의 주먹'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 셈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단순히 고등학교 폭력서클의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다름 아닌 참여정부 말부터 MB정부까지, 우리사회에 몰아친 재개발 광풍의 시기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을 이유로 폐교 위기에 처한 바 있는 '동호공고 폐교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가는 용공고등학교라는 가상의 학교를 통해 계층갈등과 재개발 광풍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바로 용공고의 전설적인 다섯 주먹 오호장군이라는 데 있다.
작가는 하나의 동네가 재개발로 인해 둘로 쪼개지고 급기야 빈민촌과 부촌으로 나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두 지역을 대표하는 공고와 외고 학생들 사이의 패싸움을 통해 계층 갈등을 끄집어낸다. 마치 한 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생생한 싸움 묘사는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하지만, 동시에 '돈'과 '빽'이 없어서 학교가 폐쇄당하거나 혹은 단지 공고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에게 무시당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의 '도덕적 신경'을 대놓고 건드린다.
마치 '패싸움을 일삼는 이 학생들이 더 폭력적인가' 아니면 '부모와 지연 그리고 학벌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짓밟는 어른들이 더 폭력적인가'라고 묻는 것만 같다.
사회 통찰력·유머 모두 품은 작가, 최지운<옥수동 타이거스>만이 갖는 또 하나의 특성을 꼽자면, 오호장군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멘트 그리고 SNS 속 자료들을 취합해 정보를 보여주는 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이다. 소설을 전개해 나가는 색다른 시도라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런 방식이 소설적 재미와 함께 사회성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책이라는 아날로그적 매체에 디지털 매체의 '즉각성'이라는 특성을 결합해 새로운 문체 그리고 도전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작가의 도전을 성공 혹은 실패라고 규정짓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런 도전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능력 있는 젊은 작가의 출현은 기분 좋은 일이다. <옥수동 타이거스>는 그 자체가 갖는 재미도 뛰어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최지운이라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했다는 반가움이 더 앞선다. 오호장군이 모두 사회인으로서 성공한다는 결말은 다소 판타지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최지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까닭은 바로 사회에 대한 통찰력과 유머의 내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우리 학교 선배들이었던 '4대 천황'은 잘 살고 있으려나?
옥수동 타이거스 - 2013년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최지운 지음,
민음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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