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유통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선창규씨.
오마이뉴스 구영식
선씨는 28년간의 축산물 유통 경력으로 쌓은 재산을 모두 잃더라도 하지 않은 '광우병 쇠고기 유통'이라는 범죄혐의만은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가혹한 세무조사뿐이었다.
검찰은 플리바기닝 시도가 실패하자 지난 2009년 3월 하순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세무조사를 의뢰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탈세혐의가 있는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심층세무조사(특별세무조사)를 벌이는 조직이다.
선씨의 항소심 재판부가 서울지방국세청에 '사실조회 및 문서제출명령'을 요청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에 "피고인에 대한 조세포탈혐의로 기소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선씨의 변호인은 "통상적인 의뢰문구와 달리 지극히 이례적인 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에서 세무조사를 요청한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은 선씨와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3개월간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같은 해 7월 선씨 부부와 동생, 처남 등을 조세포탈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적시한 선씨 부부의 추징액은 무려 82억여 원에 이르렀다. 검찰도 지난 2010년 1월 조세포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2012년 2월 1심 선고공판에서 선씨의 '광우병 의심 쇠고기 유통'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의 플리바기닝을 끝까지 거부한 덕분에 그가 바랐던 대로 '광우병 의심 쇠고기 유통업자'라는 불명예를 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선씨의 조세포탈혐의를 인정해 무려 40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이 항소심과 상고심(대법원)에까지 이어진다면 선씨는 무려 120억여 원을 물어야 한다.
선씨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당시 광우병 촛불정국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강도높은 수사를 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압수된 자료를 토대로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압박했다"며 "실제로 피고인이 끝내 혐의사실을 부인하자 국세청에 조세포탈범으로 수사를 의뢰해 국세청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변호인은 서울지방국세청에 의뢰한 세무조사 관련자료들이 불법으로 압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세무조사를 의뢰하면서 검찰에서 교부한 압수목록이나 압수조서에도 기재된 바 없고,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없고, 압수할 물건에도 기재된 바 없는 장수축협 관련 다수의 문서를 편철했다"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유통업자'라는 낙인이 지워지겠나?"이날 공판을 마치고 나온 선씨는 "이중장부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장부를 폐기하지도 않았다"며 "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당연히 내야겠지만 고의로 세금을 탈루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수축협과 한국까르푸가 맺은 계약의 특성상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광우병 의심 쇠고기를 유통했다는 것을 자백하지 않는 대가로 세금폭탄을 맞은 셈이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선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과 언론보도로 인해 내 이마에 찍힌 '광우병 쇠고기 유통업자'라는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라며 "언론에서 내 억울한 사연을 보도한다고 해도 그 낙인이 지워지겠는가?"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나는 왜 검사에게 '천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나?").
한편 <오마이뉴스>는 17일 이아무개 검사에게 당시 수사와 관련해 해명을 요청했지만 직원을 통해 "통화하지 않겠다"고 전해왔다. 그는 지난 2012년 2월 1심 판결이 난 이후에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공유하기
검사의 거래 제안 거부하자 '120억 세금폭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