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자가용앞 발을 올린 채 여유부리고 있다
박혜림
가을이는 요즘 제 이름이 '호강'인 줄 알 거다. 하루 두 번 바람 쐬러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아이고, 호강하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땡칠아!", "개똥아!" 하고 멋대로 이름 짓는 분도 있다.
내가 아무리 동물을 좋아한다지만 자기네 반려동물 너무 자랑해대면 재미없다. 어르신들 모임에서도 손자 칭찬 늘어놓으면 벌금낸다고 하지 않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들이겠지만 지나친 유별은 보기 불편하다. 염색한 강아지, 배낭 멘 강아지, 안경 쓴 강아지… 유모차도 그 중 하나였다. 강아지가 유모차에 앉아있고 사람이 뒤에서 미는 모습이란, 달리기 좋아하는 애를 왜 가둬뒀나 의혹이 들었단 말이다. 그런 내가 유모차를 사다니….
이건 모두 '심장사상충'이란 몹쓸 기생충 때문이다. 가을이도 나만큼이나 유모차는 꼴사납다고 생각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라, 이 세상에서 나들이를 제일 좋아하는 가을이를 집안에만 두는 게 얼마나 큰 고역이겠는가.
초반엔 가을이를 안아서 데려나갔다. 쉬를 누이고 꽃도 보여주고. 하지만 6.2kg인 가을이는 운동을 못해서인지 점차 무거워졌고, 것도 모자라 익숙한 곳에 내려놓으면 응가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눈치 챘구나. 배변과 동시에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조금 더 새롭고 한층 더 낯선 환경을 원한다. '그럼 그냥 집에 두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병원에 입원한 3일간 응가를 참고 차에서도 두 시간 넘게 내색 없이 쉬를 참던 아이에게 그럴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녀석을 안고 돌아다니는 데에 한계가 올지니…. 손목이 시큰거리고 어깨도 결려오더니 어느 날 아침엔 내 목이 깁스를 한 것 마냥 움직이지 않았다. 이거 참, 사람 잡겠네.
투병중인 가을이를 위해 유모차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