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종류가 이렇게 많았나?

[서평] 발품으로 쓰고 전자현미경으로 벗긴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등록 2013.04.23 14:10수정 2013.04.2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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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 제비꽃은 꽃말은 성실 또는 고상한 취미라고 한다.
보라색 제비꽃은 꽃말은 성실 또는 고상한 취미라고 한다.임윤수

그 많던 제비들 다 어디로 갔지? 꽁꽁 얼었던 땅이 질척거리며 녹고, 돌담 그늘의 냉기가 맑은 햇살로 따뜻해질 때면 강남으로 갔던 제비가 돌아오곤 했다. 흥부에게 물어다줬다는 박씨는 물고 오지 않았지만 지지배배 거리는 속삭임으로 봄이 왔음을 알렸다.

강남으로 갔던 제비들이 전깃줄에 앉아 조잘거리며 봄이 왔음을 알릴 때쯤이면 하루 종일 햇살이 가리지 않는 돌담아래서는 제비꽃이 피었다. 어떤 제비꽃은 자줏빛으로 피고 어떤 제비꽃은 하얀색으로 피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제비한테서 봄소식을 듣고, 땅에서 피어오르는 제비꽃에서 봄을 느끼다 보면 동심 또한 저절로 봄 햇살 만큼이나 화사해지곤 했다. 제비가 올 때쯤이면 당연히 피어나는 제비꽃은 자줏빛 제비꽃과 흰색 제비꽃 두 가지 뿐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그 종류가 무려 수십 종이나 된단다.

770여 장의 사진, 꼼꼼한 기록의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표지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표지 지성사
글 유기억·사진 장수길, 지성사 출판의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을 보고나서야 제비꽃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책에서는 분류가 분명한 32종의 제비꽃과 분류학적 실체와 분포가 명확하지 않은 제비꽃 7종, 연구가 진행 중인 내용 등이 소개되고 있다.

발품을 팔며 더듬은 추억, 현장을 누비며 확인한 생태기록, 코가 땅에 닫도록 엎드려 찍은 사진들에 제비꽃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450여 장의 카메라 사진,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319장의 사진 등 770여 장의 사진들이 제비꽃의 전부를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광학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나 보다.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한계가 물리적으로 1000배 정도에 지나지 않으니 제비꽃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1000배로는 채워지지 않을 만큼 컸다는 게 느껴진다. 전자현미경의 특성상 흑백일 수밖에 없지만 제비꽃을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레이저 현미경 등을 이용해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면 좀 더 실체감 있는 사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제비가 돌아올 때쯤 피는 꽃이라서 '제비꽃'

제비꽃의 속명 'Viola'는 라틴어에서 기원되었는데 제비꽃을 가리키는 그리스의 옛 이름인 이오네(Ione)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 이름은 강남으로 날아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어떤 지역에서는 키가 작아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하고, 꽃뿔이 오랑캐의 묶은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오랑캐꽃'이라고도 부른다.(본문 12쪽)


각시제비꽃의 종소명 'boissieuana'는 스위스의 식물분류학자 'Boissieu'의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우리 이름은 삼각상 심장 모양으로 잎이 수줍은 각시를 닮아 분여진 것 같다. '각씨제비꽃' 또는 '묏오랑캐'라고도 부른다. 일본과 한국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분포한다.(본문 186쪽)

저자는 종별 제비꽃을 전자현미경의 주사선만큼이나 낱낱이 소개하고 있다. 제비꽃의 현황과 특징, 제비꽃의 주요부위와 용어, 제비꽃 종류 등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줄기와 뿌리, 잎과 꽃, 열매와 종자, 생육습성과 비슷한 종류까지를 종별로 나와 있다. 물론 제비꽃에 붙여진 종별 이름의 유래도 소개된다.

지역명이나 특징에서 이름이 유래한 제비꽃도 있고, 발견자(학자)의 이름에서 유래된 제비꽃도 있다. 학술명 외로 불리는 이름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앉은뱅이꽃' '오랑캐꽃'으로 부르던 꽃이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는 제비꽃이다. 흰색 제비꽃은 순수한 사랑, 노란색 제비꽃은 행복, 보라색 제비꽃은 성실 또는 고상한 취미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제비꽃 이름이 '오리무중'이라고?

제비꽃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여 가장 흔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정작 제비꽃이란 이름은 조금은 막연한 느낌이 든다. 하늘을 나는 '제비'를 닮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뜯어국'이란 별명이 있는 '수제비'에서 '수'자를 뺀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이름의 명쾌한 의미를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 식물 이름의 대부분이 그렇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다.(본문 272쪽)

 흰색 제비꽃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한다.
흰색 제비꽃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한다. 임윤수

책 서두 '제비꽃속 식물의 일반적인 현황과 특징'에는 "우리 이름(제비꽃)은 강남으로 날아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이라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각시제비꽃 이름의 유래에서 볼 수 있듯이 종별 이름에 대한 유래도 잘 설명돼 있다.

그러다 제비꽃(viola mandshurica W. Becker)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제비꽃이란 이름은 조금 막연하고 '오리무중'이라고 까지 설명하고 있으니 어떤 것이 제비꽃이라는 이름이 갖는 진실인지 헷갈린다.  

내가 제비꽃 앞에 멈춰 서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다면 그건 이 책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에서 얻은 지식을 배경으로 제비꽃을 살펴보고 있는 중일 게다.

양지쪽에 앙증맞게 핀 제비꽃 속살까지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전깃줄에서 재잘거리던 제비의 속삭임만큼이나 감미롭다. 흰색 제비꽃 사진을 볼 때는 순수하기만 했던 첫사랑이 떠오르고, 노란색 제비꽃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행복해지니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을 읽는 순간은 첫사랑을 추억하는 행복한 시간이 된다.
덧붙이는 글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글 유기억·사진 장수길 | 지성사 | 2013.4.1 | 3만 원)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유기억 글, 장수길 사진,
지성사, 2013


#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 #유기억 #장수길 #제비꽃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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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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