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사진은 2011년 5월 26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모습.
남소연
지난 17일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이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1순위로 결정됐다. 권 전 장관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과정을 거치면 국립대학 총장이 된다. 이에 대해 22일 민주통합당은 부대변인 명의로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의 한국교통대학교 총장 임명을 반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2011년 5월 국토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4대강 부실 의혹을 덮는데 급급했고, 수서발 KTX 민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역사 및 관제권 회수 등을 추진하는 등의 과오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러한 인사가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산·학·연 협력을 통한 철도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뿐 아니라 편향된 방향의 철도연구가 이루어질 우려가 크다"면서 권 전 장관의 국립대 총장 임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통합당의 지적 중 한 가지 수정할 것이 있다. 권 전 장관은 장관 직후가 아닌 취임 전부터 4대강 사업에 매우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인사라는 점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초기 국토부 차관으로서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과 함께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데 적극적이었다. 그는 차관 시절인 2009년 1월 7일 지역경제설명회 자리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는 70년대 재난 예방을 위해 손을 댄 후 방치한 하천을 정비해 재난과 용수난을 해결하고, 국토의 품격을 높이는 사업"이라 주장했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의 품격을 올린다? MB가 4대강 사업의 추진 배경으로 삼은 논리가 '강이 방치돼 죽었다'는 것인데, 권 전 장관은 MB의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국토의 품격'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2009년 7월 5일자 한 언론
기고에서 그는 "4대강에 설치되는 보를 통해 확보되는 8억t의 물은 극한 가뭄기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보는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면 국토의 품격과 국민의 삶의 수준을 높여 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1월 신년사와 같은 해 4월 언론 인터뷰에서도 권 전 장관은 "금년에 4대강 사업, 경인 아라뱃길사업은 4월경에 거의 완공되는데 이를 계기로 멋진 사업 마무리로 국토의 품격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권 전 장관은 올해 3월 퇴임 할 때도, 후임 장관에게 국토의 품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격'을 강조하는 권 전 장관에게 정말 묻고 싶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의 품격이 정말 높아졌나? 4대강 사업으로 서민 생활의 품격이 올랐나? 4대강 사업으로 물의 품격이 좋아졌나? 유난히 '품격'을 강조하는 권 전 장관 본인은 4대강 사업으로 개인의 품격이 올랐나? 권 전 장관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대다수 사람들은 4대강 사업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은 물론, 권 전 장관의 품격도 극히 떨어졌다고 볼 것이다.
권 전 장관, 마지막까지 4대강 몽니
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물이 가뭄기에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했지만, 지난해 가뭄이 왔을 때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2011년 말 확정된 우리나라 치수분야 법정 최고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수장기)에도 드러난다. 수장기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13억 톤의 물을 비상용으로 규정했다. 즉 당장 쓸 곳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권 전 장관은 과도한 준설 때문에 2011년 7월 왜관철교 붕괴, 구미 단수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이번 비를 겪으면서 4대강 준설 효과가 확실히 치수적 측면에서 나타났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하는 등 진실을 왜곡해 왔다. 4대강 보에 물을 채운 지 얼마 안 돼 누수가 발생하고, 얼마 내리지 않은 비에 세굴(빠른 물살에 의해 보 시설 일부 또는 강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이 발생해도 공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왜곡하면서 4대강 자화자찬에 몰입했다. 그의 왜곡된 발언 사례는 다음과 같다.
"환경적으로도 4대강 살리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홍수기에 그 효과를 톡톡히 봤고, 올해는 가뭄 때 그 덕을 보고 있다." (2012. 6. 24)
""4대강사업을 통해 준설을 하고, 오염원을 차단함으로써 녹조 등 수질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2012. 8. 24)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홍수, 가뭄, 환경오염으로 점철된 '고통의 강'이 '희망과 생명의 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2013. 1. 1)권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끝까지 몽니를 부렸다. 지난 1월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사실상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자, 권 전 장관은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을 대동해 "감사원 지적이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MB와 4대강 사업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권 전 장관이라는 맹신도가 있는 그림'이 연상됐다.
낯이 두꺼운 MB 정권의 '4대강 아바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