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의 한 구절. 사인회에서 저자 변종모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책갈피 삼으라는 듯 한장씩 넣어주었다.
허밍버드
이 책은 '여행에세이'를 표방하고 있지만, 특정 국가나 도시의 세부적인 정보를 나열해놓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그 도시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들, 그리고 그들과 나눈 이야기가 담겨있다. 매번의 사연들에는 월남쌈·짜이·와인·토마토를 곁들인 조갯국·물김치처럼 여행 당시에 굶주린 배를 채워준 음식에 대한 글도 실감나게 녹아들어 있다.
그렇다.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그 일탈에서도 늘 우리는 무언가를 먹으며 삶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고보면 추억이라는 것은, 우리 생각보다 사소하면서도 가까운 언저리에서 모락모락 김을 풍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자꾸 당신에게 밥을 덜어주고 싶던 마음. 그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내 그릇은 영원히 반이어도 좋으리." (본문 중에서)책에 담긴 감정들은 여행을 떠난 사람으로서 겪은 외로움과 허전함이다. 또한 여행 도중에 만난 인연을 떠나보내야 했던 그리움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치 쉽게 채워질 수 없는 갈증, 허기진 뱃속처럼 공허한 느낌이다. 많은 날들을 여행하며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와 그들과 마주앉아 먹은 요리는 비어있던 부분을 채워주었으니, 어찌 아련한 추억으로 남지 않겠는가.
"문득 저 먼 곳이 그리워지는 날, 이곳에서 열심히 키웠던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나는 또 한동안 떠나겠지만, 우리는 지구상 어디에서라도 스칠 인연들. 잠시 나 같은 그대를 생각한다. 그대여, 허기진 마음이 어느 날 문득 누군가에게 든든한 한 끼 식사보다 나은 위로가 될 수 있으리. 그래서 그대도 오래오래 누군가에게 든든한 위로가." (본문 중에서)<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지난날 내가 훌쩍 떠났던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의 문장들은, 담백한 인사 한마디로 미소짓고 소박한 밥 한끼에 배부를 수 있었던 추억을 다시 불러온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나면 흐뭇한 마음에 배가 부를 때처럼 든든해진다.
그런 이유로 든든한 위로가 필요한 방황하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설프게 다독이려고 하기보다 말없이 이 여행에세이 한 권을 건네어주고 싶다. "비록 지금 지독한 허전함에 아파할지언정,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허밍버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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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추억과 한 끼 따스함이 담긴 이 책,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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