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젊음의 행진'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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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8090세대의 감성 코드를 '제대로' 무대 위에 불러온 작품이다. 2007년 초연한 작품은 리드미컬하게 무대 위를 오가는 8090가요 속 곳곳에 아스라한 추억의 속살거림이 가득하다. 익숙한 멜로디에 고개 끝은 절로 음률을 타고, 공감이 만들어낸 웃음은 날쌔게 객석을 훑는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만화 주인공 '영심이'가 33세 성인이 됐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영심이는 '8090 젊음의행진' 공연 기획자로 성장하지만 여전히 실수투성인 청춘이다. 공연 당일, 공연장의 전기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영심이는 콘서트를 하지 못할 상황에 처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안점검진 차 '왕경태'가 공연장을 찾고, 우연히 마주한 두 사람은 과거의 추억 속으로 스며든다.
추억에 박제된 '8090' 감성, 되살아나다!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추억 속 감성을 현대로 끄집어 올린다. 영화 <건축학 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으로 이미 증명된 '8090 감성 코드'는 뮤지컬 속에서도 저력을 잃지 않고 힘을 발휘한다. '장학퀴즈', '고고장', '공중전화' 등의 에피소드는 기억 뒤켠에 놓인 애틋한 추억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작품은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8090세대 음악이 쉴 틈 없이 쏟아진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시작음이 울리면 손과 발이 가만 있을 새가 없다. 공연 시작 후 곧바로 이어지는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는 객석의 시선과 분위기를 한순간에 압도한다. 이미 첫 곡만으로 후끈 달아오른 무대에는 김건모의 <핑계>, 지누션의 <말해줘> 등의 히트곡이 연이어 펼쳐진다. 익숙한 8090가요에 몸을 맡긴 관객들은 발을 까닥이고, 두 손을 연신 마주치며 몸을 흔든다.
쏟아지는 추억의 가요 사이로는 트렌디한 유머의 동력이 움틀 댄다. '흰옷만을 고집하는 잘생긴 교생 선생님의 허세'나 뭇 여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보이시한 '상남이'의 거침없는 '샤랄라 모션' 등은 다양한 세대의 웃음을 자극한다.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유머는 '과장'과 '만화적 표현'이 더해져 오히려 더 세련된 웃음 코드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주크박스 뮤지컬이지만 '원곡' 그대로의 감성이나 가사를 고집하지 않는다. 극중 등장하는 가요의 가사를 상황에 맞춰 조금씩 개사해 관객이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가수 이지연의 히트곡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시간아 멈추어 다오'로 개사된다. 전력 문제로 이어지는 사고가 그만 멈추기를 바라는 영심이의 마음이 담긴 노래다. 상황에 어우러지는 약간의 개사는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흔히 생기는 이질감을 줄여줘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통통 튀는 매력의 안무도 인상적이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리걸리 블론드> 등의 안무가 송옥순이 연출을 맡아 한층 더 탄탄해진 안무의 매력을 더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요가 등장하는 만큼 히트했던 특유의 동작들은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관객의 즐거움을 더해줄 포인트 안무로 '콘서트' 현장 같은 신명 나는 무대를 구현했다. 예로, <핑계>를 부르는 김건모의 옆에서 춤을 추는 '핑계걸'은 '상남이' 역의 남자 배우가 출연해 여성 밸리 댄서보다 더 화려한 허리 돌리기를 선보인다. 이러한 포인트 안무는 작품의 재미는 물론 관객의 박수로 함께 이끌어 냈다. 하지만 다채로운 명곡들을 보여주려는 140분의 러닝타임은 한숨에 내쉬는 호흡이 멀어 다소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