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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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Y장 기업 정규직 팀장 장규직(오지호 분)은 비정규직을 회사의 하찮은 존재로 보는 대표적인 비호감 등장인물이다. 장규직은 절대 비정규직 직원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장규직은 비정규직 직원은 우리의 가족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비정규직 미스김(김혜수 분)을 '어이 김씨', '언니' 라고 부르며 동료로 대우해주지 않는다.
3개월 계약해서 잠시 일하다 가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사원과 같은 대우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비정규직 직원들은 시간 외 업무를 강요당하고, 임금 차별, 성적 희롱의 대상이 되지만 찍 소리 하지 못한다.
드라마의 정규직 신입사원 금빛나(전혜빈 분)와 비정규직 신입 정주리(정유미 분)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인생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노력과 열정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빛나는 은행장의 딸로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이다. 30살 평생 지하철을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고 매번 전용 운전수가 회사까지 고급 승용차로 데려다 준다.
심지어 밥을 한 끼 먹어도 수 십 만원짜리 레스토랑에서 먹고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이대, 서울대 등 명문대를 졸업해 정규직 사원으로 일한다. 하지만 주리의 인생은 180도 반대다. 평범한 지방의 딸로 태어나서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정규직 사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막무가내로 올라왔다.
백도 없고 돈도 없는 주리는 단칸방 자취방에서 거주하고 학자금 대출 3500만원의 빚 독촉 전화에 시달린다. 첫 월급을 모두 대출 빚과 생활비로 내는 가난한 30대의 인생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개인 노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결정됐다는 것을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다.
Y장의 황 부장(김응수 분)과 고 과장(김기천 분)은 30년지기 친구이다. 두 사람은 같은 날에 입사한 회사 동기다. 하지만 현재 한 명은 부장 한 명은 과장이다. 그리고 직급의 차이를 넘어서 고 과장은 드라마 9화에서 정리해고 대상자로 사장에게 지명되기도 한다.
정리해고 대상자로 지명된 고 과장에게 황 부장은 술 한잔 건네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9화에서 고 과장은 이런 황 부장의 고민을 모른 채 술 한잔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30년 세월을 회고한다.
드라마가 한 발 더 나간 것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직원 간의 문제만 조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극심해지고 있는 정규직 직원 간의 문제 또한 그리고 있다. 정규직으로 입사해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다녔지만, 50대가 되면 정리해고를 당하는 현실이다.
미스김, 새로운 연대 만들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 가장 모호한 캐릭터는 바로 미스김이다. Y장 3개월 비정규직 직원으로 들어왔지만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와 다르다. 시간 외 수당 없이는 절대 업무를 초과하지 않으며 회사 사람들과 개인 친분은 사절, 정규직 노동자로 채용하겠다는 부장에게 "당신들과 같은 노예가 되기 싫다"고 잘라 말하며 거절한다.
그리고 포크레인 운전, 조산사 자격증 등을 지닌 원더우먼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스김에 대한 사연은, 과거 정규직 사원 시절 정리해고를 당하면서 여러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미스김의 캐릭터를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을 시청자는 해소하고 있다. 시간외 업무를 진행 했을 때 철저한 업무 수당 청구서를 팀장에게 내밀거나, 여성 직원을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하찮게 대하는 장규직 팀장을 놀림감으로 만들어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조금 더 세부적인 현실과 그 이후에 대해 상상하고자 노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은 사실 현대 사회의 자본과 노동자의 대립을 분화한 것이다. 자본은 효율성을 위해서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노동자들은 그들 사이의 장벽을 만들고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혁명을 일으킬 프롤레타리아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극의 초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극의 중반부부터는 그들 사이의 공통의 이해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