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실에 설치한 5.1채널 홈시어터 시스템. TV와 DVD 플레이어 외에 앰프 역할을 하는 AV리시버와 스피커 6개로 구성된다.
김시연
"당장 반품 못해?!"아내는 단호했다. 정체불명의 택배가 올 때부터 심상찮더니 스피커마다 케이블이 치렁치렁한 걸 보더니 마침내 폭발했다. 냉장고나 밥솥도 아니고 비싸고 쓸모도 없는 홈시어터를 누가 선뜻 반기랴. 오죽하면 AV(오디오 비주얼) 애호가들 사이에 '농반진반' 경품 받은 거라고 속이라는 말이 나올까. 하지만 홈시어터 입문자가 넘어야할 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7년 만에 홈시어터에 도전하기로 했다. 결혼 전부터 하나둘 모은 DVD 타이틀과 비디오테이프 수백 장을 이대로 썩힐 순 없었다.
"나도 집에서 '5.1채널 서라운드의 환상적인 입체 음향'을 맛보고 싶다고!" 디지털TV 있겠다, DVD 플레이어 있겠다, 이제 그럴듯한 앰프(리시버)와 스피커만 갖추면 되겠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입문기 종류와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집안 환경 등을 감안해 고려할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비쌀수록 좋은 스피커? 개인 취향은 제각각 결국 지난 2일 오후 AV 전문 칼럼니스트인 주기표 풀레인지(
www.fullrange.kr) 실장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약속 장소도 일부러 강남 논현동의 한 오디오 전문 매장으로 잡았다. 오디오 기기를 테스트하는 청음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뜸 청음 테스트를 부탁했다. 싸구려와 고급 기종조차 구별 못하는 이른바 '막귀'에게 굳이 값비싼 제품이 필요할까 싶어서다. 영화 <프렌치키스> 주제가로 잘 알려진 로라 피기의 <드림 어 리틀 드림>을 보급형부터 고급형까지 톨보이형 스피커 4종류로 각각 들어봤다.
모두 기본은 되는 제품들이라 집에서 30만 원짜리 미니오디오로 듣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음질의 선명함이나 중량감 등을 토대로 순위를 매겼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가장 저렴한 60만 원대(5채널 기준) 스피커를 2순위로 꼽은 반면, 가장 비싼 600만 원대 제품은 3순위에 그쳤다. 그나마 두 번째로 비싼 230만 원대 제품을 1순위로 꼽은 게 다행이랄까.
주기표 실장은 당황하기는커녕 "사람 취향에 따라 스피커 음질 평가도 제각각"이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깔끔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선명도는 떨어져도 질감이 풍부한 소리를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비싸고 AV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제품보다 자신에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스피커를 선택할 때는 직접 매장을 찾아 청음해 보는 게 필수였다.
청음이 쉽지 않으면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라고 말한다. 음질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만 브랜드에 따라 제품의 만듦새나 내구성,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스피커의 경우 출력보다 스피커 본체 재질이나 무게, 마감이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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