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5월입니다.
박병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5월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저보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시니, 다른 달에게 약간 미안하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신록의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은 우리 봄에게 엄청난 시련이었어요. 가야 할 시간이 됐으면 응당 떠나야 하는 게 도리인데 지난 겨울은 고집 센 항우처럼 버티고 버티더군요. 특히 3월이랑 4월이가 마음 고생이 많았어요. 지난 4월 20일엔 눈까지 내렸으니까요.
3월이랑 4월이가 겨울과 다퉈 이긴 덕분에 저 5월이는 이렇게 여러분의 찬사를 받으며 푸르게 푸르게 살아 있습니다. 3월이랑 4월이가 그토록 힘든 여건 속에서 수많은 꽃을 피워내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명심하라며 여러분께 기쁨과 탄식을 동시에 드렸다면, 저 5월이는 여러분의 산하를 초록으로 물들이며 계절의 여왕으로서 승승장구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