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네팔이 박타푸르시 바르바르광장에 연 '카페 비욘드'.
비욘드 네팔
"네팔 NGO, 외국 후원자에 많이 의존"... '비욘드 네팔' 창립변호사의 길을 포기한 서칫이 처음 들어간 NGO는 네팔 농촌재건운동 단체인 'RRN'(Rural Reconstruction Nepal)이었다. RRN은 '농촌재건활동'을 펼치는 일종의 '풀뿌리시민운동단체'다. 서칫은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활동을 펼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재건을 통한 빈곤퇴치에 머물지 않고, 인권신장과 사회정의 실현 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새마을운동'과는 좀 달라 보인다.
RRN을 이끌고 있는 아준 칼키 박사는 지난 2011년 네팔의 인권신장과 최빈국의 빈곤퇴치에 앞장선 점을 인정받아 제14회 지학순 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 수상식에서 아준 칼키 박사는 "정의, 평화, 인간애의 원칙에 기반을 둔 세상을 건설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칫은 성공회대의 'NGO 지도자 과정'을 거쳤다. 그는 "(성공회대 유학은) 사람들이 자신의 현실을 깨닫고 사람으로서 이것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며 "사람에게는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NGO의 또다른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서칫은 지난 2009년 자신의 고향인 박타푸르(Bhaktapur, 히
말라야 남부도시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에서 '비욘드 네팔'(
Beyond Nepal)이라는 NGO를 창립했다. 제3세계와의 공정무역 활동을 벌였던 정성미씨와 함께였다. 네팔인과 한국인이 힘을 합쳐 NGO를 창립한 것이다. 두 사람은 성공회대가 개설한 석사 프로그램인 '아시아 시민사회 지도자 과정(MAINS)'에서 만났다.
"네팔의 많은 NGO들은 외국인 기부자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첫 세대들은 그런 외국인 기부금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NGO들이 그런 외국인 투자금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점점 더 많이 외국 후원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NGO를 '달러 벌어오는 기계'로 생각하고 있다. 어감은 안 좋지만." 카페 비욘드, 럽시캔디, 써질로 냅킨... '자립형 NGO' 꿈꾸다비욘드 네팔은 '자립형 NGO'를 지향하고 있다. 서칫도 "자립(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 후원자들에만 의존하고 있는 기존의 NGO 운영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단체 이름에 '~을 넘어서'라는 뜻을 가진 '비욘드'(beyond)가 포함된 이유기도 하다.
비욘드 네팔은 지난 4년간 ▲'카페 비욘드' 설립 ▲벽돌노동자 자녀를 위한 학교와 도서관 건립 ▲'럽시캔디' 판매망 구축 ▲현지 적합 농사기술 보급 ▲친환경 화장실 설치 ▲태양광 조리기 보급 ▲대안생리대 제작·보급('써질로 냅킨 프로젝트') 등을 펼쳤다.
이해준 전 <헤럴드경제> 디지털뉴스센터장은 지난해 6월 언론에 기고한 글(
이해준의 희망여행기(6))에서 "비욘드-네팔이 변화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고, 그 핵심은 농민을 주체로 세우는 일이었다"며 "건물이나 도로를 지어주고 마는 식의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서칫도 "자립에 중점을 두고,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젊은 사람들에게 심어 주려고 한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네팔은 농업 이외에 다른 산업이 거의 없다. 거의 모든 것을 수입해서 쓰고 있다. 이렇게 네팔은 완전히 (해외) 의존적이다. 그래서 우리 힘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 농부들에게 그렇게 한다. 지원받을 수야 있지만 항상 그렇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들의 힘으로 자립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