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내던 곳나무 바닥, 벽. 정말이지 휑 하다.
박혜림
지구상 수많은 생명체 중 유독 개와 인간이 가장 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두 동물 모두 정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개의 조상인 늑대가 처음부터 인간의 손길을 즐기지는 않았겠지만, 귀엽고 순한 어린 늑대를 키우는 것을 시작으로 인간은 현재 수백종류에 이르는 애완견을 창조(?)해냈다.
연약한 유아기를 지나 따뜻한 시선을 나누고, 스킨십을 즐기고, 섬세한 감정 변화를 겪는 등 닮은 점이 많은 사람과 개. 그러나 네 발로 걷는 그네들과 우리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기도 하다. 포옹을 할 수 없는 구조, 월등한 후각과 청각 능력, 꼬리를 치고, 짖어대고…. 한 행동학자는 인간이 개와 같은 방식으로 인사하지 않아도 되어 신께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개는 상대의 항문에 코를 박고 정체를 파악한다).
가을이의 '가을이다움'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가을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는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아주 조금만 유추해낼 수 있다. 한 남자가 성견(어쩌면 청소년기)인 가을이를 구조하여 자신의 집에서 키웠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보호소에 맡겼다. 가을이가 태어나서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의 과정은 알 수 없지만, 잠시나마 귀여운 반려견으로 살아보긴 한 것 같다.
보호소 생활... 영양 간식은커녕 산책, 목욕은 기대하지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