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세계사>
민음사
"물이 왜 이래요?"
"네, 우리 동네 물은 철분이 많아서 비눗물이 금방 없어져요."어릴 적 우리 고향에 오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했다. 당시 우리 동네는 수돗물이 아니라 공동 우물을 사용했다. 그런데 워낙 철분이 많아서 한 번만 씻으면 비눗물이 다 빠져버렸다. 머리를 감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참 좋은 동네였다. 하지만 물을 깃는 일은 참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5~6학년 때까지 물지게를 졌다.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물이 풍족한 국가라고 해도, 물은 꼭 아껴 써야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물을 아껴 쓰는 버릇이 아직 몸에 베이지 않았다. 우리 고향인 경남 진주는 진양호가 있기 때문에 '가뭄' 걱정하지 않고 살 정도로 물이 풍부한 동네에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잘 나온다.
"모든 사회 역사는 물 투쟁사"전임 '가카'께서는 "우리처럼 물 값이 싸고 함부로 다루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을 준엄하게 꾸짖고 '4대강 살리기'를 밀어붙이셨다. 물론 4대강살리기는 커녕, 죽이기가 되어버렸다. 전임 '가카'께서 4대강 죽이기로 우리에게 준 하나의 교훈은 물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은 생명이며, 한번 오염된 물은 그 생명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훈은 이명박 전 대통령만 아니라 지구에 생명이 존재할 때부터 모든 생명체는 알고 있었다. 물이 없으면 '죽음'이었다. 물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권력과 국가는 존재할 수 있었고, 물을 지배하거나 다스리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멸망했다. <뉴욕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포브스> 등에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저술가인 스티븐 솔로몬은 <물의 세계사>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사회의 역사는 물 투쟁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물 조건에 사회가 당대의 기술과 조직을 동원하여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곧 역사를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다. 자연적인 물의 방해를 이겨내고, 이 필수불가결한 자원에 숨겨진 이익을 얻어 그것을 지렛대로 사용하는 데 성공한 문명이 주도권을 차지한다." (본문 19쪽) 조금 과한 정의 같지만 '비옥한 초승달'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황허문명, 나일강문명 등 세계 4대문명은 모두 강을 통해서 이뤄졌다.
물 못 다스리면 역사 빈민으로 전락
전임 '가카'께서 4대강을 밀어붙이면서 4대강 목표는 '수량 확보, '홍수 예방',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를 내새웠다. 하지만 지난해 가뭄 때문에 사실상 댐은 '녹조라떼'가 되어버렸다. 죽어 둥둥 떠 있는 물고기들을 봤다. 물만 있다고 생명이 살 수 없음을 경험했다.
또 4대강을 밀어붙이면서 둔치까지 '삽질'했다. 둔치를 자전거도로로 만들었고, 생명농업 상징인 '두물머리'를 망가뜨렸다. 결국 4대강은 '콘크리트' 천지가 되어버렸다.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물의 세계사>는 수자원을 관리를 하지 못하면 '역사의 빈민'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경고한다.
"역사상 언제나 수자원이 늘고 관리, 항해, 음용이 가능해지는 사회는 탄탄하게 오래 존속한다(중략) 최상의 수자원에서 멀리 떨어져 나가게 된 사회는 역사의 빈민으로 전락한다."검찰이 '4대강 비리' 건설사 3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스티븐 경고가 황당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임 가카와 4대강 찬성론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물의 세계사>가 몇 년 만 더 빨리 나왔더라면 4대강은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4년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비판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겨우 700쪽짜리 책이 귀 기울리가 없다.
로마가 대제국이 된 이유는 많다. 그 중 하나가 '물'을 잘 다스렸기 때문이다. 로마는 "해상 교육 중심이자 지중해 주변 지역의 부유한 속주들에 대한 제국적 착취 중심지로 경제 잉여를 누리"면서 번영했다. 무엇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도 민영화... 로마에서 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