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구영식
'비교체험 극과 극'1990년대 한 방송사에서 만들었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코너 이름이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최상급과 최하급을 비교체험하는 코너인데, '극과 극'이 주는 경이로움와 짜릿함 때문에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좀 생뚱맞게 기자가 이 코너를 떠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자의 오랜 취재원 두 명이 체험한 검찰이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검찰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해서(?), 다른 한 명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서 억울한 경우다. 이런 '극과 극'은 사실 검찰의 '두 얼굴'이다.
그 '극과 극'의 검찰을 체험했던 선창규씨와 조인환씨가 지난 20일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생면부지다. <오마이뉴스>에서 여러 차례 추적보도한 상대방의 사건들을 조금씩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에 관한 한 동병상련이다.
검찰의 두 얼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하거나 제대로 못하거나선창규씨. 전남 순천출신인 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8년간 축산물유통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다. 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유통업체인 한국까르푸에서는 부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통업체에서 나온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를 연결하는 '축산물 유통 컨설팅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선씨는 지난 2009년 2월 검찰(서울남부지검)에 긴급체포돼 같은 해 7월까지 무려 5개월간 '미결구금'(판결선고 전 구금)됐다. 검찰은 그가 한국까르푸에 근무하던 시절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수사는 전북지역 한 유력 유통업자의 사주를 받은 인사가 검찰에 건넨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은 총 세 차례 선씨를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호주산으로 둔갑시켰다'은 공소사실은 빠지고, 특히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탈세혐의가 추가됐다. 탈세혐의는 그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는 검사의 제안('플리바기닝')을 거부한 결과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사의 플리바기닝(자백감형제도)를 거부한 탓에 120억 원대의 세금폭탄(벌금 40억 원 포함)을 맞았다. 이후 검찰과 선씨가 항소했고, 조만간 항소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조인환씨. 강원도 원주출신인 조씨는 고향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입을 얻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07년 6월 지인의 소개로 평창휴게소 내 한식당 신축에 총 2억6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동업자들과 틀어지면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투자금도 아까웠지만 심한 배신감에 동업자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이 내사를 벌여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을 포착한 사실을 '검찰내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특히 검찰에서 입수한 '로비 다이어리'에는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 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소 출장소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름과 술집 이름, 금품 향응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휴게소의 구조적 비리 가능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압수수색과 체포 등을 벌였고, KBS 원주방송국에서 관련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검찰은 내사를 시작한 지 약 석 달 만에 사건을 접었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소환하지도 않았다.
내사기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씨는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했다. 결국 지난 2010년 10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사건은 대검 감찰로 이어졌다. 감찰과정에서 검찰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로비 다이어리'를 휴게소장에게 돌려줬고, 휴게소장은 이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며 사건을 끝냈다('공람종결').
"검찰조직은 조폭의 세계... 무죄나도 처벌받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