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선고 나면 기소한 검사 처벌해야"

[取중眞담] 검찰 체험 '극과 극'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등록 2013.05.24 21:43수정 2013.05.24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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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선창규씨와 조인환씨.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난 선창규씨와 조인환씨.구영식

'비교체험 극과 극'

1990년대 한 방송사에서 만들었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 코너 이름이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최상급과 최하급을 비교체험하는 코너인데, '극과 극'이 주는 경이로움와 짜릿함 때문에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좀 생뚱맞게 기자가 이 코너를 떠올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자의 오랜 취재원 두 명이 체험한 검찰이 '극과 극'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검찰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해서(?), 다른 한 명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서 억울한 경우다. 이런 '극과 극'은 사실 검찰의 '두 얼굴'이다.

그 '극과 극'의 검찰을 체험했던 선창규씨와 조인환씨가 지난 20일 수원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생면부지다. <오마이뉴스>에서 여러 차례 추적보도한 상대방의 사건들을 조금씩 알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에 관한 한 동병상련이다.

검찰의 두 얼굴, 수사를 지나치게 잘하거나 제대로 못하거나

선창규씨. 전남 순천출신인 선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8년간 축산물유통분야에서 한우물을 팠다. 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유통업체인 한국까르푸에서는 부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통업체에서 나온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대형마트를 연결하는 '축산물 유통 컨설팅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선씨는 지난 2009년 2월 검찰(서울남부지검)에 긴급체포돼 같은 해 7월까지 무려 5개월간 '미결구금'(판결선고 전 구금)됐다. 검찰은 그가 한국까르푸에 근무하던 시절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켰다고 판단했다. 검찰수사는 전북지역 한 유력 유통업자의 사주를 받은 인사가 검찰에 건넨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검찰은 총 세 차례 선씨를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호주산으로 둔갑시켰다'은 공소사실은 빠지고, 특히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탈세혐의가 추가됐다. 탈세혐의는 그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는 검사의 제안('플리바기닝')을 거부한 결과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유통'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사의 플리바기닝(자백감형제도)를 거부한 탓에 120억 원대의 세금폭탄(벌금 40억 원 포함)을 맞았다. 이후 검찰과 선씨가 항소했고, 조만간 항소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조인환씨. 강원도 원주출신인 조씨는 고향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입을 얻고 싶었던 그는 지난 2007년 6월 지인의 소개로 평창휴게소 내 한식당 신축에 총 2억6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동업자들과 틀어지면서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투자금도 아까웠지만 심한 배신감에 동업자 등을 상대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춘천지검 원주지청)이 내사를 벌여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을 포착한 사실을 '검찰내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특히 검찰에서 입수한 '로비 다이어리'에는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와 관할 군청, 경찰지구대, 소방소 출장소 등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름과 술집 이름, 금품 향응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휴게소의 구조적 비리 가능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압수수색과 체포 등을 벌였고, KBS 원주방송국에서 관련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지만 검찰은 내사를 시작한 지 약 석 달 만에 사건을 접었다.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소환하지도 않았다.

내사기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조씨는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했다. 결국 지난 2010년 10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사건은 대검 감찰로 이어졌다. 감찰과정에서 검찰이 가장 중요한 증거인 '로비 다이어리'를 휴게소장에게 돌려줬고, 휴게소장은 이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재수사할 필요성이 없다"며 사건을 끝냈다('공람종결').

"검찰조직은 조폭의 세계... 무죄나도 처벌받지 않아"

 선창규씨.
선창규씨.구영식
평소 검찰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던 두 사람은 '사건'을 겪고 난 뒤 크게 달라졌다. 선창규씨는 "잘못한 놈들을 잡아다 벌주는 곳으로 검찰을 생각했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다"고, 조인환씨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선씨는 "검찰은 나라의 조폭이었다"고 표현했다.

"내가 억울하다고 얘기하면 그것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검찰은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에 의해 움직였다. 모여서 '저 나무를 뽑자'고 결정하면 그 결정대로 간다. 또 없는 증거도 만들어낸다. 검찰에서는 안되는 게 없다. 이 세계가 조폭과 같더라."(선창규)

조씨도 "없는 죄를 만드려고 하는 게 기가 막히게 조폭이다"라고 선씨의 얘기에 공감을 나타냈다. 검찰이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을 "덮었다"고 의심하는 그는 검찰을 더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검찰조직이 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검찰조직이 없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조인환)

조씨가 검찰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수사했는데도 '사건번호'도 없이 '편철'이라는 형식으로 사건을 종결시켰고, 그가 재고소한 횡령사건의 경우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이다.

"고소사건은 처분결과가 명확하게 나온다. 하지만 내사사건은 검사 맘대로 수사를 끝내면 그만이다. 조건만 맞으면 덮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조인환) 

선씨는 사건 이후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하루에 소주 10병을 먹었는데도 안 취하더라"고 말할 정도로 검찰을 향한 분노가 컸다.

"범죄행위가 없는데도 체포영장을 내세워 체포한다. 검찰은 이것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검찰은 합법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 하지만 (무죄가 나도) 검찰은 처벌받지 않는다."(선창규)

"그래서 공권력이 무서운 거다. 합법으로 위장시켜주니까."(조인환)

선씨와 조씨는 자신의 사건에 검사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검사출신 변호사라야 약발이 먹힌다"(선창규)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었다.

"끼리끼리다. 검사출신 변호사도 검사 편을 들어야 돈벌이가 된다. 검사와 변호사가 서로 거래한다. 제가 선임한 변호사도 '검사에게 선물을 줘야 한다'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유통을 자백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선물'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죄가 한두 가지로 줄어드는 거다."(선창규)

조씨는 '사건' 당시 원주지청장으로 근무했던 김진태 현 새누리당 의원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김 의원은 "100% 해결할 수 있다"고 그에게 장담했지만, 검찰은 그의 상대방을 무혐의 처리했다. 그는 "평창휴게소 비리 의혹 사건이 불거질 것 같으니까 김 의원이 사건을 수임해 결국은 말아먹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출신인 김 의원도 결국 검찰 편에 섰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나중에 수임료 1000만 원 가운데 250만 원을 돌려줬다.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만 말했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다 검찰 눈치를 본다"

 조인환씨
조인환씨구영식
얘기하는 도중에 선씨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더니 "나는 그 사건 이후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검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검사 선서'가 있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런데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주기는커녕 범죄자로 만든다. 이번 일을 당하고 나서 나라가 필요없다고 느껴졌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 주민등록증을 안 가지고 다닌다."(선창규)

선씨는 "검찰은 국민이 자신들의 신발 밑창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참을 더 검찰을 성토했다.

"대들면 죽고, 원하는 거 해주면 살려주고. 대들면 저처럼 되는 거다. 한마디로 '나는 검사다' 이거다."(선창규)

조씨도 "내가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세금 좀 면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검찰조직의 주인은 우리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받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주인의 뒤통수를 친다. 과연 검찰이 국민을 위해 있는지 의문이다."(조인환)

선씨는 '검찰조폭론'에 이어 '검찰신론'까지 내놓았다. "일반권력을 가진 자들이 다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검찰은 신이다"라는 것이다.

"검찰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도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게 했다. 누가 죽였나? 가진 자들은 다 검찰 눈치를 본다. 권력을 가졌든, 돈을 가졌든. 대항할 수 없다. 그래서 검찰권력은 계속 갈 거다."(선창규)

선씨의 '무소불위 검찰권력' 얘기에 조씨는 "검사가 손을 대 흔적을 남긴 사건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해결해줄 수 없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수사권 조정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며 "반드시 검찰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씨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할 때는 대문짝만 하게 보도가 나오지만 무죄가 나왔다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번 낙인을 찍으면 회복할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조씨가 이렇게 거들었다.

"(무죄 사건을 맡았던) 검사가 처벌을 안 받아서 그런 일이 생긴다. 검사가 처벌받은 시스템이 안 돼 있으면 피해를 회복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이날 두 시간 동안 '의미있는 잡담'을 나눴다. 이들에게 '비교체험 극과 극' 검찰편은 불쾌하고 분노가 치솟는 기억을 남겼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검찰개혁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얻은 바가 전혀 없지 않았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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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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