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져 서해로 흘러드는 곳. 눈앞 북녘 산하가 아련하다.
최방식
민통선에 흐르는 정적과 고요 애기봉으로 들어서는 다시 검문초소. 재향군인회가 입장료를 받는다. 잠시 지체되는 사이, 창밖을 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탄케 ABSDF 의장. 2007년 살라이 톤탄 박사가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을 때 동행했으니, 6년 만이다. 그 뒤로 NLD코리아 네툰 나잉 의장·조 샤린 국장도 눈에 띈다.
버마인 10여 명과 한국인 10여 명이 애기봉에 오르는데, 1시간가량 전 평화교회를 떠났던 한일 교회 평화여행단 얼굴이 다시 보인다. 가파른 2백여 미터 등정 길. 양옆에 화려한 꽃들이 피어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양귀비라고 한다. 붉은 정열이 빼어나다 했더니...
전망대에 들어서니 숨이 멎는 듯하다. 북녘 땅이 강 건너 지척.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조금 더 흘러 북에서 내려오는 예성강과 합수, 강화도 북쪽과 강화·김포 사이의 염하를 흘러 서해로 스며드는 바로 그곳. 버마인들의 갖가지 질문이 쏟아진다.
북쪽의 군인들은 어디 있느냐, 판문점은 이디로 가야 하느냐, 바다는 서해는 어느 쪽이냐, 한강은 어디서 어디로 흐르느냐, 북쪽에서 강 건너 피난 오는 이는 없냐, 월남·월북하면 어떻게 되느냐, 강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느냐, 평화의 댐은 어디 있느냐, 애기봉은 무슨 뜻이냐….
잠시 소동이 벌어졌다. 휴전선 해설사의 말에 방문단 한 명이 반발한 것. 분단의 아픔과 이를 권력 안보에 이용한 과거 군부정권을 비판하는 말에 군인의 노고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며, 이를 존중하는 좋겠다는 선에서 그쳤다.
애기봉을 떠난 일행은 조강리 남방한계선 앞으로 향했다. 유도(留島)를 50여 미터 앞둔 곳, 거대한 숫소 동상 앞에서 해설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버마인들을 위한 통역과 함께 말이다. 유도는 남·북 한계선 사이에 있어 아무도 출입할 수 없는 섬, 그래서 생태계의 보고가 된 걸까.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낙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