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맑은 대포소리예상치 못한 퍼레이드. 이곳이 말라가입니다.
홍희주 제공
"펑!"
"둥. 둥. 둥.""펑!"폭발음에 섞여서, 리듬을 타고 들려오는 북소리. 아휴. 불안이 안도로 바뀌었다. 또 피에스타(fiesta, 축제)인가 보다. 정말 대단한 양반들이다.
무슨 축제인지도 모르겠지만, 또 있나 보다 싶다. 페이스북을 켰다. 한국인 교환학생 분이 사진을 올렸더라. 대포가 사람들에 이끌려서 말라가 시장 앞, 다시 말해 우리 집 문 앞을 행진하고 있다. 그 정체 모를 소리는 바로 대포 쏘는 소리였던 것이다.
뭐, 한편으론 감사하다. 오늘은 말라가에서의 생활이 한 달 남짓 남은 형이 파티를 열었다. 단, 조건은 요리를 하나 해오는 것. 세 시가 넘어서 시장 문을 닫기 전에 빨리 가서 재료를 찾아봐야 하니까. 휴대폰도 못 깨우는 날 깨워줘서 감사하다. 말라게뇨(Malagueño, '말라가 사람') 당신들, 최고다.
한국인을 멀리하라? 나에게 말라가의 문을 열어준 건 한인사회
한국을 떠난 후에 아빠가 말씀하셨다.
"뉴스나 이런 거 그만 보고, 스페인어에 몰두하는 건 어떻겠니…."오랜 외국 생활을 한 후 기자를 하는 선배도 말씀하셨다.
"외국 생활의 성공은 많이 노는 것에 있는 것 같아. (한인) 유학생 그룹에 매몰되기 보다는…." 틀린 말은 아니다. 언어를 공부하기에 최적의 조건은 현지인과 많은 연습을 해보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나와 있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는 교환학생, 언어연수 가이드 서적에 꼭 들어있는 말도 '한국인을 멀리하고 외국인과 친해져라'다.
그러나 지금은 하루하루 지낼수록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게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먼저 와 있던 한국인 학생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아니, 원래 여기 와서 얻고자 했던 것, 언어, 사회체험, 문화체험 그리고 외국인 친구까지도 그들이 아니었다면 얻기 어려웠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