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출판사들이 모여 '진짜 도서전'을 연다

인사회, 완전 정가제 실시해 10% 기부 예정

등록 2013.05.28 19:21수정 2013.05.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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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012년 말부터 '도서정가제' 문제와 도서관 살리기로 출판계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이와 관련해 대선과 맞물려 당시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매니페스토 본부와 출판문화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 도서정가제 확립, 출판문화진흥기금 조성, 공공 도서관 설립을 골자로 하는 상호정책 공조 협약을 체결하여 희망을 이어갔다. 

또한 올해 2013년 초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소속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신간도서를 비롯한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구간도서에 대해서도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하여 출판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대선에서 패배해 협약은 유명무실해졌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사회적합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음에도 여전히 통과되지 않고 있다. 출판계 내부도 유례없는 불황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사재기 파문으로 출판계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출판계 내부적으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관련 출판사는 자숙, 관련 작가는 책을 절판한 뒤 해당 출판사를 고소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출판계에 팽배한 불황(不況)의 그림자에, 독자들의 불신(不信)까지 더해진 상태이다.

 <2013 지식+공감 도서문화제> 포스터
<2013 지식+공감 도서문화제> 포스터인사회

팽배해진 불황과 불신을 타파하고자, 작은 출판사들이 모였다. 출판계 대표 모임 중 하나인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회의(이하 인사회) 소속 34개의 작지만 강한 출판사들이 6월 1~2일 양일간 대학로에 위치한 '벙커 1'에서 일명 <2013 지식+공감 도서문화제>를 개최한 것이다. 벙커1은 '딴지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최근 각종 알찬 특강으로 주목받고 있는 장소이다. 이들 작은 출판사들의 취지에 알맞은 곳으로 보인다.

기존의 도서문화제는 '도서전' 또는 '도서 축제'라는 이름 하에,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자사의 책들을 진열해 놓고 정가보다 훨씬 싼 값에 판매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책을 많이 알리려는 취지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지만, 출판계에 팽배한 근본적인 불황과 불신을 해소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그곳에 진정 소통이란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2013 지식+공감 도서문화제>도 큰 뼈대는 기존의 도서전과 동일하다. 출판사가 자사의 책을 전시해 판매를 하고, 만나기 어려운 저자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으며, 공연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도서문화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그동안의 도서전에서 출판사들이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린 것과는 다르게, 모든 도서의 완전 정가제를 실시한다는 점이다. 인사회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재기 사건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고 도서정가제가 사재기 근절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책으로부터 돌아선 독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처음으로 할인판매 없는 도서전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값할인, 할인쿠폰 등을 붙여 책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렸던 출판계가 '상생하는 출판'이라는 취지를 담아 신간과 구간 모두 정가대로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정가의 10퍼센트가 기부금으로 적립되어 사회적 약자의 놓인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라고 하니, '착한 행사'에 한 번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도서문화제에서는 박재동 화백, 김민웅 교수, 정지영 감독 등 만나기 어려운 저자들이 사랑, 세계, 사회, IT, 역사, 종교, 가족이라는 다양한 주제로 토크쇼, 북토크, 역사특강, 대담과 포럼 등을 진행한다. 이들의 강연을 듣고자 달려간 사람들은 본인의 스케줄과 취향에 따라 마음껏 골라 들을 수 있다. 출판사 에디터 3명과 마케터 2명으로 구성된 '마감 중에 모인 출판장이 밴드-얼토당토'의 'song for you' 공연도 마련되어 있다. 이들의 색다른 도전이 새로운 출판문화를 선도할 하나의 전범이 되길 기대해본다.
#도서문화제 #완전 정가제 #도서전 #릴레이 강연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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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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