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비우고 낮추기>┃지은이 정승석┃펴낸곳 민족사┃2013년 6월 7일┃1만 800원
임윤수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건 비법도 아니고 독특한 주장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제주도가 한반도 남쪽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대개의 사람들이 다 아는 보편적 진리입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한반도 남쪽에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가장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제주도까지 가는 방법을 다 아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만족하면 행복하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만족하거나 행복해지는 방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닐 겁니다.
탐욕을 버리는 것으로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탐욕을 버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이 탐욕에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예 모른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무지입니다. -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22쪽
책은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내비게이션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안내해 주듯이 조곤조곤 일러줍니다. 행복과 불행이 무엇인지는 아장아장 걷는 아가의 발걸음처럼 설명해주고, 행복해지는 방법은 성큼성큼 내딛는 어른의 발걸음처럼 꾹꾹 일러줍니다.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사람에게 방 좀 쓸라고 하면 정말 비질만 해 놓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에게 똑 같이 방 좀 쓸라고 하면 비질 뿐만이 아니라 먼지도 털어내고 걸레질까지 해 깔끔하게 정돈해 놓습니다.
이 책에서 일러주는 행복론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입니다. 막연하게 이렇게 저렇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게 아니라 버리고 비우고 낮춤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들을 돌탑을 쌓듯이 차곡차곡 설명하며 이끌어 줍니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말이 결코 다른 사람과의 싸움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나'야 말로 급발진 하는 자동차처럼 컨트롤 할 수 없는 욕심으로 어떤 불행과 고통을 초래 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화근덩어리입니다.
청동거울을 닦듯 마음을 닦는 게 비결욕심이라는 게 본능적이고 원초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장마철에 피어오르는 곰팡이처럼 피어오르고, 청동거울을 좀먹는 녹처럼 번져옵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집착의 동력인 욕구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수행으로 마음에 집착이 없게 되면, 이런 마음을 무심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집착의 반대가 무심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이욕을 실행에 옮긴 상태가 무심입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131쪽장마철에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하는 데는 통풍과 햇살이 최고이고, 청동거울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하는 건 자주 닦는 게 최선이듯 욕심을 제어하는 비법 또한 마음을 닦는 게 최선입니다.
청동거울을 닦더라도 어떤 연마제를 써 어떻게 닦아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에 따라 빛나는 경면이 오래가듯이 마음을 닦고 청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무엇을 버리고 비우며 얼마나 낮추느냐에 따라 행복으로 가는 노정과 방법은 달라질 것입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를 읽으며 버리고, 비우고, 낮추는 방법을 알아가며 익히다 보면 어느새 만족할 줄 아는 부자가 되어 행복한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 무아·무심·하심의 행복론
정승석 지음,
민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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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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