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며, "공모 등을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주문한 것인데 시간제 일자리의 열악한 처우 개선은 나몰라라 한 채, 이름만 바꿔 눈속임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단순한 '편견'이 아닌 임금 및 근무 환경에서 나타나는 차별이 빚은 결과인데, 이런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28일 논평을 통해 "이름 바꾸고 생각을 억지로 바꾼다고 열악한 노동현실과 나쁜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로 창조되지는 않는다"면서 "대통령 자신부터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발언은) 문제의 본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먼저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기간제나 불법 파견 등의 비정규직을 줄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 충분한 논의 없이 언급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나 28∼29일 조중동은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로 인해 비정규직 양산이 우려되는 점이나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점 등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는 데만 그쳤다. 중앙일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간단하게 실었고, 동아일보는 노사의 지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박 대통령이 고용률 올리는 데 매달려 비정규직만 더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한편, 시간제 일자리의 '양'이 아닌 '질' 개선이 먼저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혁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대통령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 인식전환 요구 파장>(한겨레, 6면/5.28)
<임금차별 논의 한번없이…'시간제 일자리 확대' 설득력 잃어>(한겨레, 5면/5.29)
<시간제 일자리, 이름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한겨레, 사설5.29)
한겨레신문은 29일 5면 <임금차별 논의 한번없이…'시간제 일자리 확대' 설득력 잃어>에서 "정부가 제도의 '운영'은 살피지 않고 '제도' 자체에만 주목한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전했다. 이어 "네덜란드처럼 시간제 일자리를 정착시킨 나라들은 고용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높은 급여와 사회복지 기반 등 반대급부가 있었던 반면, 국내에선 시간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거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사설 <시간제 일자리, 이름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에서는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노동 형태도 다양화하는 만큼 시간제 일자리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시간제 일자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제 일자리의 '질'이라고 강조하며, "시급한 건 '이름 공모'가 아니라,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구조적 틀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정규직과 차별은 받지 않아야 한다"며 시간제 일자리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사설은 정부가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로드맵을 준비하면서 경계해야할 것은 '고용률 70%'라는 목표 달성이라며, "숫자에만 얽매일 경우 또다시 질 낮은 비정규직만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좋은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 70% 달성">(경향, 7면/5.28)
<당정 '시간제 근로 촉진' 입법 협의 야당·노동계선 "비정규직만 양산">(경향, 1면5.29)
<차별없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관건 고용 불안한 '나쁜 일자리' 양산 우려도>(경향, 4면/5.29)
경향신문은 29일 4면 <차별없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 관건 고용 불안한 '나쁜 일자리' 양산 우려도>에서 "박 대통령은 선진국의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예로 들었지만,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며,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 183만 명 중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임시·일용직)이 92.3%이고, 임금도 정규직 대비 46.6%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며, 이명박 정부도 시행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임금·복지·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파트타임에서 풀타임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朴대통령, 대기업들의 투자계획 칭찬 "경제민주화는 敵을 만드는 것 아니다">(조선, 4면/5.28)
조선일보는 28일자 4면 <朴대통령, 대기업들의 투자계획 칭찬 "경제민주화는 敵을 만드는 것 아니다">에서 박 대통령의 회의 중 발언을 전하면서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발언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비정규직 양산 등의 우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고용률 70% 달성 위해 시간제 일자리 늘릴 것">(중앙, 10면/5.28)
중앙일보는 28일자 10면 <"고용률 70% 달성 위해 시간제 일자리 늘릴 것">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독일에서도 근로자들의 임금이 20%정도 하락한 것이 사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朴대통령 "차별없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동아, 10면/5.28)
동아일보는 28일 10면 <朴대통령 "차별없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고용 비용 증가'를 우려한 재계와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쳐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노사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는 게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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