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동영상' 주인공인 가해 학생 두 명이 재학 중인 순천ㅈ고등학교는 28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과글을 올렸고, 해당 학생들은 5월 31일까지 다른 학교로 전학가지 않으면 퇴학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순천ㅈ고
우연히 인터넷에서 떠돌던 동영상을 봤는데, 그 안에 자신의 가족이 나온다면? 그것도 '패륜동영상'으로 불리는 영상 속 피해자로 나온다면? 28일, 평소처럼 페이스북에서 화제인 동영상을 확인한 윤아무개(22)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두 명의 고등학생에게 막말을 들은 90대 노인은 그의 증조할머니였다.
하루 전, 전라남도 순천시 ㅈ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은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윤씨의 할머니에게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등 막말을 했다. 윤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찢어졌다"는 글을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ㅈ고는 28일 학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식 사과 글을 남겼다. 또 가해학생들이 31일까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지 않으면 퇴학 처분을 하기로 했다. 순천경찰서도 "사실관계 확인 후 형사처벌 여부 등을 포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치하겠다"며 "조사 완료 때까지 믿고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윤씨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도 "정말 화가 난다, 퇴학도 모자랄 판"이라며 "(가해자들의) 사과는 기본이고, 제 생각 같아선 법대로 다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동영상 속 인물이 할머니인 건 언제 알았나?"(직접 보기 전까지) 아예 몰랐던 상태였다. 할머니와 닮아서 페이스북 댓글에 '순천이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왔다. 처음엔 닮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예전에 요양시설에 찾아갔을 때 본 방 구조나 물건 배치와 비슷하더라. '혹시나'하면서 요양원에 문의했더니 '맞다'더라. '마침 전화해드리려고 했는데,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 본인이 가장 먼저 알게 된 건가. 가족들도 많이 놀랐을 듯하다."가족 중에 처음으로 알았다. 다들 놀랐는데, 제 또래 사촌오빠가 몹시 화내면서 직접 가해학생들을 찾아가려고도 했다. 근데 솔직히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내용 요약해서 올리고, '조치해달라'고 하는 것 밖에 없어서…."
- '고소 이야기'가 나오던데,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어제 삼촌에게 '그냥 봐주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삼촌도 동의했다. 근데 삼촌 아닌 작은아버지가 (가해학생들을) 고소를 했다. 제 증조할머니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알아보시기도 했는데, 전반적으로 논의해서 고소를 접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어른들도 그렇고, '학생들이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할머니 상태는 어떠하신가."제가 찾아뵈었을 때나 저희 어머니가 갔을 때에도 누군지 하나도 못 알아보고 그저 반겨주셨다. 사람이 찾아오면 무척 좋아하신다. 그래서 동영상에서도 가해학생들한테 손짓하고 그러신 듯하다."
- 고소는 정리됐다고 해도, 가족들은 많이 화나고, 아쉬움이 남을 텐데."저도 삼촌에게서 전달받는 이야기라 답답하다. 어른들이 계시기에 제가 나서서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막 끼어들 상황도 아니다."
- ㅈ고는 해당 학생들이 '4일 안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지 못하면 퇴학 처분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기사로 봤다. 정말 화가 난다. 그들이 지금 퇴학당한 게 아니라 강제 전학 상황이라는데, 퇴학도 모자랄 판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났고,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일을 강제 전학 정도로…. (학교에) 따지고 싶다. 3일 동안 기회를 줬다가, 그 기간에 전학을 가지 못하면 퇴학이라는데, 가벼운 일이 아니잖아요? 어떻게 전학으로….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사회봉사 나가서 벌어진 일이다. (가해 학생들이) 행실이 안 좋아서 (징계로 사회봉사를) 나간 데에서 또 문제를 일으켰다. 나쁜 행동을 고치려고 나가서 그렇게 행동한 데에, 또 제 가족에게 그런 것에 너무 화가 난다. 또 할머니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자비로 당하셨다.
그런데 학교에서 어떻게 징계를 고작 그 수준으로 내리는가. 저는 솔직히 학교는 겉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일이 중요하고, 안에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 수위만 봐도. 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도 '어떻게 그 정도 징계만 내리냐'고 한다. 남이 봐도 그런데, 가족들은 어떠겠냐."
- 당장 시급한 일은 무엇으로 생각하나."일단 가해자가 저희 할머니한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제 생각에는 가해 학생들이 설령 겉으로만 죄송하다고 한다 해도 사과는 기본이다. 당연히 해야 한다. 또 (집안 어른들이 고소를 접었다고 하지만) 제 생각 같아선 법대로 다 (대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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