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봉산 숲이다. 산은 아름답지만 속으로는 찢어지고 갈라져 골병이 들고 있다.
김학섭
요즘은 어디를 가도 산이 푸르러 보기 좋다. 하지만 그 푸른 산이 주인을 잃은 빈 산이 되어 간다면 어떨까. 전에는 그래도 혼자 산을 걷노라면 청설모도 인사하고, 다람쥐도 인사하고, 재수가 좋으면 너구리 인사까지 받게 된다. 이런 날은 기분이 꽤 좋아진다.
지난달 31일 호봉산을 한바퀴돌면서 산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방으로 길이 나 있어 도무지 짐승들이 쉴곳을 찾아볼 수 없다. 온통 골짜기가 훤하게 들여다보이니 짐승이 어디다 몸을 숨기겠는가. 산을 타는 사람들만 골짜기 마다 가득할 뿐이다. 자연보호가 힘들게 되었다.
도시 변두리 산은 숲만 있지 죽은 산이다. 먹을 것도 없으니 새들이 인간들이 있는 마을을 찾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만큼 새들은 인간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몇해전이다. 꿩이 집으로 날아 들었다. 다세태 주택이어서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잡아먹어 버렸다.